[다산 칼럼] '각자도생 시대' 대비하고 있나

입력 2020-04-23 18:18   수정 2020-04-24 00:1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에 대한 예측이 뜨겁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올 12월쯤 2차 감염사태가 올 것이며 내년 3월까지 유행할 것”으로 예측했다. 1919~1920년의 스페인 독감은 세 차례나 유행했고, 두 번째 유행기 사망자가 첫 번째 유행기의 다섯 배나 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은 ‘언택트(untact·비대면)’다. 일상과 경제활동에 거대한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과 이후는 완전히 다를 것”이란 전망은 지나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강한 전파력, 생존력, 변이 속도가 문제지만 치료제는 개발될 것이고, 내년 봄쯤 등장할 백신의 효능에 따라선 2차 대유행을 막을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는 기존 패러다임의 완전한 변화가 아니라 지금까지 진행돼온 변화를 한층 가속화하는 양상을 띨 것이다. 기존 인터넷 쇼핑과 비대면 경제활동이 현재보다 더 속도를 내며 언택트 생활과 서비스가 강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증기기관이나 인터넷의 발명 같은 기술혁명에 기반을 둔 변화와는 본질이 다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중요한 변화는 무엇일까. 우선, 세계질서의 변화와 그 변화의 가속화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급속히 퍼지자 이웃 국가끼리도 마스크를 공유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보듯이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가 될 것이다. 이런 국제협력의 부재나 세계적 리더십의 진공 상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우선”을 들고나오며 세계 경찰의 역할을 부인했을 때 이미 궤도에 올랐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이 세계질서를 영구히 바꿀 것”이라는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의 언급에 주목해야 한다. 감염병 방어를 위한 국가 간 신(新)보호주의가 세계 질서를 바꿀 것이라는 의미다. 진행 중인 미·중 패권대결은 무역 분쟁을 넘어 국제사회의 ‘코로나 중국 책임론’으로 한층 가열될 것이다. 유엔 같은 국제기구의 역할과 국가 간 협력은 과거와 같지 않을 것이다. 국제 무질서의 심화다.

위기 대응을 빌미로 거대 정부가 해결사로 재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방역이 정부의 새 업무로 자리잡을 것이고 국가안보의 영역으로 편입될 것으로 보인다. 또 세계의 거의 모든 정부가 집중하고 있는 ‘돈 풀기’를 통한 경제 살리기와 경제 간섭이 당연시되고, 재정 확대로 정부의 권력 지형은 넓어질 것이다. 이동 금지나 GPS 위치추적 같은 개인의 자유 침해가 뉴노멀이 될 것이다. 결국 자유주의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코로나 위기가 국가를 전체주의나 파시즘 체제로 전환시키는 변곡점이 될 것을 우려한다. 이미 폴란드와 헝가리에서는 정적을 탄압하고 독재정권을 강화하는 데 코로나 팬데믹을 이용하고 있다. 국민이 원한다면 더 풀어 내줘야 한다는 논리가 표를 얻어 포퓰리즘이 대세가 될 수도 있다.

탈(脫)세계화의 시대로 진입할 것이다. 탈세계화가 반(反)세계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과거 값싼 공급망만 찾던 가치사슬에서 벗어나 생필품은 로컬화를, 첨단 제품은 안전한 글로벌화로 전략을 전환할 것이다. 팬데믹으로부터 안전한 공급망을 구축할 것이라는 의미다. 그것은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 유럽, 일본이 핵심부품 공급망을 믿을 수 있는 주변국 중심으로 재편할 때, 기술력 있고 정치적으로 신뢰할 만한 국가를 안전공급처로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안전공급처라는 이미지는 우리의 첨단기술 부품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벌써 코로나 방역에 뛰어난 기량을 보인 한국의 바이오 기업들이 코로나 진단 키트의 안전공급처로 선택되고 있다. 코로나 대응에서 증명된 우리의 세계 최고 의료시스템도 주목해야 한다. 성형 시술을 넘어서 선진 의료서비스와 의료시스템 전반을 수출하자는 것이다.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種)이 살아남는다’는 진화의 진리는 코로나 이후 대응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세상이 바뀌고 모든 것이 변할 것이라는 차원의 단순한 접근은 곤란하다. 긴 호흡으로 변화를 예측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기민함과 명민한 판단력을 동시에 갖춰야 대한민국이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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