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흔드는 '선거 부정' 음모론 [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입력 2020-04-24 11:05   수정 2020-04-24 11:15


4·15 총선이 치러진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일각에서 선거 조작설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국회의원조차 이런 주장에 편승해 선거 부정 의혹을 제기했는데요.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4·15 총선에서 부정선거 사례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어 증거보전 신청과 재검토 등을 추진하겠다"며 "(투표율)통계가 짜인 것 같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했습니다. 민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서울·인천·경기의 사전투표 득표율이 소수점을 제외하고 '63 대 36'이라는 비율로 거의 똑같게 나왔다는 겁니다. 서울 사전투표에서 민주당은 63.95%, 통합당은 36.05%를 얻었습니다. 인천에서도 민주당은 63.43%, 통합당은 36.57%로 비율이 비슷합니다. 경기 역시 민주당과 통합당이 63.58%와 36.42%로 '63 대 36' 비율로 득표율을 올렸습니다.

전문가들은 민 의원의 이런 주장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 편향'에 가깝다고 지적합니다. 민 의원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근거는 차고 넘칩니다. 대구에서는 민주당 대 통합당 득표 비율은 39.21% 대 60.79%로 나타났습니다. 울산에서는 51.85% 대 48.15%였습니다. 전체 253개 지역구별로 따지면 63 대 36의 비율로 득표율이 나타난 곳은 17곳에 불과합니다.

지난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 때도 선거 부정 음모론이 나왔습니다. 김어준 씨는 부정 선거 의혹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더 플랜'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김 씨는 당시 "통계적으로 말씀드리자면, 2012년 대선에서는 철저히 기획된 숫자가 발견됐다"고 했습니다.

당시 주요 매체들조차 이런 선거 부정 음모론에 편승했습니다. 한겨레는 '부정선거 의혹 다섯가지 검증해보니…'란 제목의 기사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팩트체크했습니다. 하지만 기사에는 "현장에서 엄격한 개표참관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증언도 존재한다", "전자개표기의 신뢰성에 의문을 품을만하다"며 부정 선거 의혹을 부추겼습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선거 때마다 부정 선거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그만큼 정치 이념의 양극화가 심하다는 의미"라며 "상대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음모론이 민주주의를 흔들고 유권자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며 "선거가 공정하게 관리되고 패배자가 결과를 인정하는 것이 민주주의지 불복한다는 것은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했습니다.

유승민 통합당 의원은 사전투표 조작설을 퍼뜨리는 유튜버들에게 "그만 좀 해주면 좋겠다. 그런 이야기를 할 때는 팩트와 증거를 갖고 해야 하는데, 그 정도를 갖고 사전투표 부정선거 증거라고 말하기는 힘든 것 같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부 극우 유튜버들이 증거도 없이 제기하는 의혹에 통합당이 자꾸 흔들리면 안 좋은 일"이라며 민 의원에 대해 에둘러 비판했습니다. 민주주의라는 최상의 헌법 가치를 수호해야 하는 국회의원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음모론에 휘둘리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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