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전지 승자는…LG화학, 삼성SDI에 수익성·재무안정성 '완패'

입력 2020-04-28 08:57   수정 2020-04-28 08:59

[04월 28일(08:57)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 이들 기업의 공통점을 찾으셨나요. 각각 국내를 대표하는 '간판' 대기업그룹의 계열사죠. 또 있습니다. 모두 2차 전지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는 점입니다.

2차 전지는 충전을 통해 반복적인 재사용이 가능한 전지를 말합니다. 충전 물질에 따라 리튬이온, 니켈-카드뮴, 니켈-수소 등 다양한 종류가 있죠. 이 중 리튬이온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수명이 길어서 가장 선호되고 있답니다.

2차 전지 시장은 주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 모바일 기기에 탑재되는 소형 전지 중심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전기차의 부상으로 기존 시장의 축이 소형 전지에서 중대형 전지로 이동하고 있지만요.

국내 일만은 아닙니다. 중국과 일본 기업들도 앞다퉈 2차 전지 사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도입기를 지나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경쟁도 한층 가열되고 있죠. 중국은 후발 주자지만 거대한 내수 시장과 중국 정부의 지원 정책에 힘입어 빠르게 입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국내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한국기업평가는 2차 전지 시장에 뛰어든 국내 기업 3곳을 꼼꼼하게 비교 분석했습니다. 사업 경쟁력에서부터 재무 완충력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말이죠.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산업에 걸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이들 기업의 신용도 향방도 점검했답니다. 급부상하고 있는 산업인 만큼 한국기업평가의 분석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일단 2차 전지 시장의 특징을 이해하는 게 필요합니다. 다른 제조업도 마찬가지지만 성장기엔 다수의 기업이 집중적으로 시장에 진입합니다. 생산능력을 확충하기에 바쁘죠. 성숙기로 전환하면 공급 과잉 상태에 이르면서 치열한 치킨 게임이 벌어집니다. 생존한 소수의 기업만 과실을 차지하게 되죠.

2차 전지 시장도 그렇습니다. 아직은 성장 초기라 당분간 높은 성장세가 예상되죠. 중장기적으로 보면 이같은 산업 수명 주기를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의 2차 전지에 대한 사업 전략을 보면 유사하지만 묘하게 다릅니다. LG화학은 확장적 투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내는 물론 미국, 유럽, 중국 등에 생산기지를 구축해 영업망을 확보하고 있죠. 이에 비해 삼성SDI는 수익성 중심의 보수적인 재무정책을 보이고 있습니다. 투자 규모도 축소하고 있습니다. 2차 전지 사업의 주요 타깃 지역을 중국과 유럽으로 설정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죠. 올해 2차 전지 사업 예상 자본적 지출은 약 1조~1조5000억원 정도입니다. 경쟁사에 비해 투자 규모가 가장 작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후발 주자입니다. LG화학과 마찬가지로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2차 전지 사업에 약 2조5000억~3조원을 쓸 방침입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협업 관계를 구축하면서 수주 잔고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한국기업평가는 2차 전지 사업의 수익 구조가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 3개 기업이 투자 부담을 감내하고 있는 걸 중점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 들어선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졌거든요. 물론 3개 기업의 수익성 악화 폭은 다를 겁니다. 수익성 악화 폭에 따라 2차 전지 사업의 투자 여력과 재무안정성도 달라질 수밖에 없고요.

신용등급만 보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AA+를 갖고 있습니다. 삼성SDI는 이 보다 한 단계 낮은 AA를 갖고 있고요. 한국기업평가가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삼성SDI보다 LG화학을 더 우려 섞인 시각으로 보는 게 눈에 띕니다. LG화학 주력 사업의 수익성 악화 폭이 더 클 것으로 전망돼서 일 겁니다.

LG화학의 주력 사업은 석유화학입니다. 중국의 전방위적인 설비투자 등으로 공급과잉이 심화하고 있는 시장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수요는 둔화하고 있고요. 삼성SDI 역시 주요 전방 사업인 스마트폰 수요가 위축돼 단기적으로 소형 전지와 전자재료 부문의 실적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력 매출처인 삼성전자의 확고한 지위에 기대 수익성을 유지할 공산이 큽니다. 중대형 전지 사업도 수익성 악화 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한국기업평가의 분석입니다.

재무안정성도 LG화학보다 삼성SDI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삼성SDI는 투자 속도를 조절해 재무부담 확대 폭을 제어하고 있거든요. LG화학은 업황 부진으로 영업현금창출능력이 빠르게 나빠져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이 2017년 0.1배에서 지난해 2.4배로 뛰었습니다. 차입금 의존도도 이 기간 12.2%에서 24.7%까지 상승했고요.

엄정원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2차 전지 사업 매출을 보면 LG화학이 8조3500억원으로 삼성SDI(7조7200억원)를 앞서지만 영업이익은 삼성SDI가 535억원 흑자인 데 비해 LG화학은 4543억원 적자"라고 설명했습니다.

삼성SDI는 소형 전지 사업의 현금창출능력이 중대형 전지 사업의 영업적자를 상쇄했지만 LG화학은 중대형 전지 사업의 확장 기조로 비용 부담이 불어난 탓이죠.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후발 주자인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가장 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설비투자가 좀 더 오래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서죠. 또 삼성SDI 보다 LG화학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주력 사업의 실적 회복 시기와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등이 관건이 될 듯 합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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