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알맹이 빠지고 재탕·삼탕에 그친 정부의 규제혁신 방안

입력 2020-04-30 18:12   수정 2020-05-01 00:08

정부가 코로나 대응을 위한 제1차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경제 중대본) 회의를 열어 10대 산업 분야의 규제혁신 방안을 내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한다는 원칙 아래 65개 규제혁파 추진과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핵심 규제는 빠지고 상당수는 기존 대책의 연장선에 있던 것들이라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65개 과제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의료산업(10개)에서 원격의료는 빠졌다. 원격교육 등 교육산업은 아예 10대 분야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 추진을 당부한다”며 비대면 의료서비스, 온라인 교육 등 코로나로 주목받는 분야를 예시로 든 바 있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혁신 방안은 이런 핵심 부분을 건드리지도 못했다. 홍 부총리는 “원격의료, 원격교육 등 비대면산업의 규제혁파에 역점을 두겠다”고 했지만, 경제 중대본이 언제 다룰지는 불확실하다.

게다가 재탕 삼탕인 규제 혁신과제도 많다. 인체폐지방 재활용,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재사용·재활용, 자율차 시범운행지구 등은 이미 규제자유특구에서 실증 추진 중이어서 새로울 것도 없다. 유전자 검사 규제혁신은 허용 항목을 56개에서 70개로 확대한다는 것에 불과하다. 산업단지 입지규제 완화는 늘 나오던 단골메뉴다. 규제가 얼마나 실질적으로 완화돼 새로운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불확실한 규제 혁신과제도 많다. 데이터 3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에도 논란이 되고 있는 민감정보 활용이 그렇다. 정부는 민감정보도 가명정보 처리 대상에 넣겠다지만, 향후 가이드라인이 어떻게 제시될지가 관건이다. 의료데이터의 가명처리 활용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공유숙박과 관련해 도심지역 내국인 숙박제공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민박사업자 및 중개사업자의 안전·의무사항 준수 등 일정조건을 전제로 하고 있어 ‘그림의 떡’으로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세부 과제별 이행계획도 엉성하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시행령과 시행규칙, 고시 등으로 해결될 과제도 있지만 법 개정이나 신규 법안 발의가 필요한 과제도 있다. 경제 중대본이 규제 혁파로 신산업을 활성화하겠다면 규제혁신의 방향과 내용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분명한 일정도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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