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훈 "컵밥 먹으며 집콕 훈련…CJ컵 벼르고 있어요"

입력 2020-05-03 18:28   수정 2020-05-04 01:02


안병훈(29)으로선 현 상황이 답답할 만하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커리어 베스트 시즌’을 보내고 있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투어가 멈춰 섰기 때문이다. 지난 3월 플레이어스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친 뒤 시즌이 ‘올스톱’되기 전까지 안병훈은 13개 대회에서 열 번 커트를 통과했다. ‘톱10’에 다섯 번, 3위도 한 번 있었다. 출전한 대회 절반 가까이를 우승권에서 맴돌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3일 전화 너머로 들려온 안병훈의 목소리는 예상 밖(?)으로 쌩쌩했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집콕’ 생활 석 달째라는 그는 “장모님이 지난 2월 태어난 아들 선우를 돌봐주러 오신 후 매일 맛있는 ‘집밥’을 차려준다. 요즘 먹는 재미로 버틴다”며 껄껄 웃었다.

‘아빠 골퍼’ 안병훈은 한국 남자골프를 이끄는 ‘쌍두마차’로 손꼽힌다. 3일 기준 세계랭킹이 50위로 페덱스컵 랭킹 1위 임성재(세계랭킹 23위·22)를 제외하면 한국 선수 중 랭킹이 가장 높다. 현재 기준으론 임성재와 안병훈이 내년 개최 예정인 도쿄올림픽 한국 남자골프 대표다. PGA투어 1승이 있는 강성훈(33)이 52위로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김)시우도 했고 “(강)성훈이 형도 했으니 이제 내 차례가 온 것 같다”는 게 그의 말이다.

‘메달 냄새’ 맡는 능력은 발군이라 할 수도 있다. 스포츠 DNA만 놓고 보자면 그렇다. 골프 선수 중 부모가 모두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건 PGA투어에서 안병훈이 유일하다. 많이 알려져 있듯, 그는 서울올림픽 탁구 남자복식 동메달리스트인 안재형(55)과 중국 출신 서울올림픽 탁구 복식 은메달리스트인 자오즈민(焦志敏·57)의 외아들이다.

안병훈은 “외모는 부모님을 정확히 ‘반반’ 닮은 것 같은데 운동 능력은 어머니 쪽을 더 닮은 것 같다”며 “어머니도 많은 노력을 했지만 재능면에서 아버지보다 더 타고났다. 이 부분은 부모님 두 분 모두 인정했다”고 했다.

‘입맛’은 철저히 아버지 쪽인 것 같단다. 그는 “로리 매킬로이 같은 근육질 몸매는 평생 못 만들 것 같다. 먹는 걸 좋아하는데, 얼마 전에 후원사에서 밥까지 보내줘서…”라며 다시 웃었다.

후원사 얘기가 나오자 그는 신이 났다. “코로나19로 집 밖을 제대로 못나가는 걸 알고는 회사에서 컵밥에 만두까지 풀세트를 산더미처럼 보내왔다”며 “장모님 집밥도 좋지만, 이거 하나씩 까먹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 투어를 뛰는 외국인 동료들한테도 부지런히 돌렸다.

브랜드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계기가 있었다.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PGA투어 대회인 CJ컵나인브릿지 대회다. 이전엔 모자에 달고 다닌 ‘CJ’ 로고에 눈길 한번 안주던 동료들의 눈빛이 2017년 대회 창설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

“선수용 다이닝이 진짜 끝내준다는 소문이 확 퍼졌어요. 랍스터로 시작해서 푸아그라로 끝낸다고요. 토니 피나우(미국) 등 몇몇 유명 선수는 밥 먹으러 CJ컵에 온다고 한다니까요. 괜히 기분이 좋죠.”

후원해주고, 대회를 만들어 주고, 코로나로 집 밖에 못 나간다며 밥까지 보내주는 곳이 어디에 있냐고 PGA투어 선수들이 부러워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부담이 커진 건 솔직한 심정이다. 그는 올림픽 시작 전까지 현 성적을 유지한다는 가정에 우승만 더하면 올림픽 티켓 확보에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안병훈은 “첫 우승을 기왕이면 CJ컵에서 했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지난해 CJ컵에서 공동 6위로 선전했다.

“코로나19로 대회가 대부분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CJ컵에 대한 관심이 엄청 커졌어요. 한국이 코로나19도 잘 극복하고 있다는 것도 다들 알고 있고요. 이런 때 기회를 잘 잡고 싶어요. 지난해 1라운드에서 선두에 오를 정도로 코스 궁합도 좋습니다. 무조건 우승해야죠.”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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