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물가 상승률 외환위기 이후 최저…경기 불황 오나

입력 2020-05-04 11:08   수정 2020-05-04 11:2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소비 절벽이 본격화하면서 근원물가 상승률이 외환위기 영향이 있었던 1999년 이후 21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근원물가를 나타내는 '농산물·석유류 제외'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3%를 기록했다. 1999년 7월 -0.2%를 기록한 이후 20년 9개월만에 가장 낮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 물가 상승률은 0.1%였다. 이 역시 1999년 11월 -0.1% 이후 최저치다.

근원물가지수는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해 영향을 크게 받는 품목을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 추세를 파악할 수 있는 지수다. 전체 460개 품목 중 통계청에선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407개 품목을, OECD에선 축산물 수산물 가공식품 전기 등을 추가로 제외한 317개 품목을 기준으로 삼는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둔화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절벽이 본격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꼭 소비해야하는 식료품과 석유류 등을 제외한 다른 품목에서 소비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품목별로 보면 서비스물가가 0.2% 상승하는 데 그쳤다. 1999년 12월(0.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식은 0.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전월 대비로는 0.1%다. 외식 물가는 전월 대비 기준으로 올들어 4개월 연속 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4개월 연속 외식 물가가 0% 상승에 그친 것은 2012년 5월부터 2013년 2월까지 10개월간 0%대를 기록한 후 약 7년만이다. 외식은 보통 연초에 가격 인상과 함께 물가상승률이 확대되는 품목이지만 올해는 달랐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여행관련 서비스 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해외 단체 여행비는 10.1% 하락했다. 호텔 숙박료는 -6.8%, 승용차 임차료는 -16.0%를 기록했다. 공업제품 중 석유류를 제외한 내구재(-1.2%), 화장품(-1.6%) 등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률이 낮으면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근원물가 둔화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경제침체 국면과 결합해 불황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많다. 소비자가 상품 구매를 하지 않아 기업에 재고가 쌓이고, 수익 악화로 인해 경기는 후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근원물가 상승률 둔화는 코로나19 영향과 각종 정책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경기에 문제가 생기고 수요가 줄어 가격이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문제는 아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는 104.95(2015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올들어 1%대를 유지하다가 4월들어 둔화됐다. 전월 대비로는 0.6% 하락했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1.8% 상승했다. 가정내 식재료 수요 증가로 높은 가격이 유지되고 있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인해 석유류 물가는 -6.7%를 기록했다. 고등학교 무상교육 정책 영향으로 공공서비스 물가는 1.6% 하락했다. 자동차 개별소비세가 인하된 것도 물가상승률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통계청이 별도로 조사하는 마스크(KF94) 가격은 하락 추세를 이어갔다. 온라인 판매가격이 지난 주말 2900원을 기록해 2월6일 조사를 시작한 후 3개월만에 처음으로 2000원대로 내려왔다. 오프라인에선 평균 1720원에 판매됐다. 공적 마스크 판매처에선 평균 1510원이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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