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집어삼킨 것처럼…대형 OLED도 '中의 공습' 시작됐다

입력 2020-05-04 17:17   수정 2020-05-05 00:47


중국 3위 디스플레이 업체 HKC가 내년 2월부터 중국에 첫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공장을 가동한다. LG디스플레이가 독점하고 있는 TV용 OLED 패널 시장이 내년부터 중국과의 경쟁 체제로 전환되는 것이다.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 시장에선 BOE 등 중국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증설에 나서고 있다. ‘메이드 인 차이나’ 공세에 국내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국내 OLED산업이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로 레드오션이 된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中 업체 5조5000억원 투자

4일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HKC는 내년 2월부터 중국 후난성 창사에 TV용 OLED 패널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HKC는 작년 10월 320억위안(약 5조5000억원)을 투자해 8.6세대 OLED 패널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8.6세대 OLED 패널은 유리 원판이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하고 있는 8.5세대 OLED 패널(원판면적 가로 2220㎜×세로 2500㎜)보다 약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원판 한 장으로 55인치 TV용 패널 6장 또는 65인치 패널 3장을 만들 수 있다.

현재 TV용 OLED 패널을 생산하는 곳은 전 세계에서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이 회사는 경기 파주 공장에서 대형 OLED 패널을 월 7만 장 생산 중이다. 작년엔 5조원을 투자한 중국 광저우 8.5세대 OLED 패널 공장을 준공했다. 광저우 공장이 올해 본격 양산을 시작하면 총 생산량은 월 13만 장까지 증가한다. OLED TV 연 1000만 대를 제조할 수 있는 물량이다.

HKC가 TV용 OLED 패널 시장에 진출하려는 것은 OLED가 LCD의 뒤를 이어 대형 패널시장의 주류가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전체 TV 패널 시장에서 OLED 패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11%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샤오미 콩가 창훙 화웨이 등 OLED TV를 생산하겠다고 밝힌 중국 TV 업체들이 늘고 있다. 2025년엔 OLED 패널 비중이 25%까지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소형 OLED 시장에도 적극 진출

세계 시장 규모가 연 50조원에 달하는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 패널 시장에선 2~3년 전부터 ‘메이드 인 차이나’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BOE는 중국 ?양 푸저우 등에 중소형 OLED 라인을 빠르게 증설하고 있다. 중국 에버디스플레이가 273억위안(약 4조7000억원)을 투자해 짓고 있는 6세대 중소형 OLED 패널 생산라인도 가동이 머지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의 중소형 패널 기술력이 만만치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BOE는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에 이어 애플의 세 번째 OLED 패널 공급사로 선정됐다. 최근엔 삼성전자가 차기 스마트폰용 OLED 패널 일부를 삼성디스플레이 대신 BOE에 맡길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중국 업체의 점유율도 상승하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BOE의 스마트폰용 OLED 패널 시장 점유율은 2018년 1.2%에서 2019년 5.6%로 늘었다. 비전옥스(1.2%→2.2%), 에버디스플레이(0.7%→1.3%) 등도 시장 점유율을 조금씩 높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압도적인 점유율(2019년 기준 85.5%)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1년 전과 비교해선 점유율이 8.7%포인트 떨어졌다.

양산 성공 후 물량 공세 우려

국내 업체들은 긴장하고 있다. 대형 패널 분야에선 중국 업체의 기술력이 국내 업체보다 1~2년 뒤처진 것으로 파악되지만, 일단 양산에 성공하면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금을 업고 물량 공세를 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BOE 등 중국 업체들이 대형 LCD 시장을 장악하는 과정도 비슷했다. 2007년 9월 중국 쓰촨성 청두에 대형 LCD 패널 생산라인을 준공한 BOE는 5년 뒤인 2012년 세계 시장 점유율 5%를 넘었다. 2017년엔 점유율을 21.5%까지 끌어올려 삼성, LG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에도 매년 5조원 이상씩 투자하는 등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행보를 지속한 것이 원동력으로 꼽힌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 고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LCD 대신 OLED에 보조금 지급을 시작하면서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위협적인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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