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보험상품만 내놓는다"…'손보시장 메기' 꿈꾸는 캐롯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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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5-05 17:02   수정 2020-05-06 00:46

"세상에 없던 보험상품만 내놓는다"…'손보시장 메기' 꿈꾸는 캐롯의 도전

“잘하면 보험업계의 카카오뱅크가 될 수도 있죠.” “열심히는 하던데, 글쎄요….”

요즘 손해보험업계에선 ‘과연 이 회사가 잘될 것인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올 1월 영업을 시작한 캐롯손해보험. 아삭아삭한 당근(carrot)처럼 신선한 보험을 선보인다는 목표를 내건 이곳은 국내 최초의 디지털 손해보험사다. 보험을 인터넷으로만 파는 조건으로 설립 허가를 받았다.

낯선 이름의 신생 업체지만 ‘뒷배’는 화려하다. 한화손해보험을 주축으로 SK텔레콤, 현대자동차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보험산업은 저성장·저출산·저금리의 3중고에 빠져 ‘전성기가 지났다’는 소리까지 듣고 있다. 캐롯도 “몇 년은 적자를 감수하겠다”는 각오다. 이런 시장에 캐롯은 왜 뛰어들었고, 무엇을 얻으려는 것일까.


모든 상품이 ‘국내 최초’

캐롯은 문을 열자마자 ‘국내 최초’ 수식어가 붙은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매달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후불로 낼 수 있는 ‘퍼마일 자동차보험’이 대표적이다. 자동차 시거잭에 운행정보 수집장치(캐롯 플러그)를 꽂아 주행거리를 측정한다. 가격은 기존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인터넷 전용)보다 8~30% 더 싸게 매겼다.

영상인식 기술을 접목한 휴대폰 액정보험도 내놨다. 지금까지 보험사들은 ‘도덕적 해이’를 우려해 새 스마트폰을 개통할 때만 가입을 받아줬다. 캐롯은 고려대 인공지능(AI) 연구팀과의 산학 협력으로 이 문제를 풀었다. 소비자가 휴대폰 외관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내면 AI가 파손된 곳을 구석구석 확인한다. 이 기술 덕에 2017년 이후 출시된 중고폰도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필요할 때만 켰다 끄는 스위치 방식의 보험도 있다. ‘펫 산책보험’은 2000원을 미리 충전하면 애완견과 산책을 한 번 나갈 때마다 45원씩 차감된다. 레저상해보험은 그날 계획한 활동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예컨대 ‘오늘은 골프를 친다’고 선택하면 2990원이 결제된다. 등산은 1062원, 낚시는 984원, 자전거는 798원이다. 무슨 운동을 하든 같은 보험료를 받는 기존 레저보험과 차별화했다. 캐롯 관계자는 “경쟁사에 없는 신개념 상품을 매월 1~2개 이상 꾸준히 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보험업 전망 어둡다지만…

지난해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31.7% 줄어 5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보험연구원은 “생명보험보다 손해보험의 수익성 악화가 심각하다”고 했다. 정부의 가격 통제 탓에 자동차·실손보험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다. 판박이 같은 상품으로 설계사와 보험대리점(GA)에 의존해 과당 경쟁을 벌여온 업체들의 잘못도 크다는 게 보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보험사는 소비자에게서 거둔 보험료를 투자해 이익을 내왔는데, 초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돈 굴릴 곳도 마땅치 않다.

중위권에 머물고 있는 한화손해보험은 이런 굴레에서 벗어날 ‘실험’이 절실했다. 탈(脫)통신에 나선 SK텔레콤과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를 키우는 현대자동차는 달리는 차에서 수집되는 빅데이터가 필요했다. 새로운 디지털 손해보험사가 출범한 배경이다.

캐롯 본사 직원 120명 중 절반은 정보기술(IT) 인력이다. 나머지도 보험부터 게임, 전자, 광고업계까지 경력이 다채롭다. 한화 출신 정영호 대표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카카오의 쇼핑·결제사업을 총괄한 박관수 상무와 현대카드 브랜드실장을 지낸 김재환 상무 등이 임원진에 합류했다. 핀테크 스타트업처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를 모아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구상이다.

손해보험 디지털 경쟁 불붙었다

캐롯의 미래에 대해 업계의 전망은 엇갈린다. A사 관계자는 “기존 업체도 손을 떼고 싶어 하는 자동차보험으로 어떻게 수익을 낼지 의문”이라며 “미니 보험도 단가가 낮아 큰돈을 벌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반면 B사 관계자는 “모든 보험사가 디지털을 외치지만 대응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신생 업체라고 평가절하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할 때도 시중은행들이 방심하다가 크게 한 방 먹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보험은 여러 금융업 중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가장 더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정 대표는 “보험의 언택트(비대면) 추세는 코로나19 이후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가입, 사고 조사, 보상 등 모든 과정에 AI와 신기술을 접목하겠다”고 했다. 캐롯에 이어 또 다른 디지털 손해보험사들도 출격을 앞두고 있다. 삼성화재가 카카오와 합작법인 설립을 준비 중이고, 하나금융은 최근 인수한 더케이손해보험을 디지털 보험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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