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지원금의 역설…대형마트 사용 막자, 동네슈퍼 담배 판매 늘었다

입력 2020-05-05 17:08   수정 2020-05-06 07:14

경기 과천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지난달 동네 슈퍼마켓에서 담배 13보루를 구입했다. 하루 한 갑씩 피운다고 해도 130일 피울 수 있는 양이다. 담뱃값 58만5000원은 경기도와 과천시에서 나눠 준 재난지원금 60만원으로 해결했다. 그는 “예전보다 외부 활동은 줄어든 반면 담배 피우는 양은 늘었다”며 “대형마트에선 재난지원금을 쓸 수 없어 동네 슈퍼마켓에 부탁해 한꺼번에 담배를 사뒀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담배 소비가 다시 늘고 있다. 지난 3월 담배 판매량은 2억8740만 갑. 지난 2월 2억4230만 갑에 비해선 18.6% 늘었고 지난해 3월 2억5520만 갑에 비해선 12.6% 증가했다. 3월 기준으로 2016년 3억170만 갑 이후 매년 담배 소비가 줄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 현상이다.

담배 소비가 늘어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 불황형 소비가 증가한 영향이다. 담배는 술과 함께 불황기에 판매가 늘어나는 특징이 있다고 유통업계는 전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1분기 가정용 맥주 판매량이 10.8%, 소주는 6.7% 늘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정부가 2400억원을 들여 지역사랑상품권 할인율을 5% 안팎에서 10%로 높이고, 각 지방자치단체가 4월부터 재난지원금 지급을 시작한 것도 담배 판매량이 늘어난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지역사랑상품권의 할인율이 높아지면 이를 통한 결제가 증가한다. 지난 3월 지역사랑상품권 판매액은 7208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월평균 판매액(2651억원)의 세 배에 육박한다.

하지만 대다수 지자체는 온라인 쇼핑과 대형마트에서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전통시장과 동네 슈퍼마켓 등에서 쓰라는 취지다. 문제는 동네 슈퍼마켓의 물건값이 대체로 대형마트보다 비싸다는 데 있다. 값이 똑같은 것은 담배 외엔 찾기 힘들다.

울산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B씨는 “회사에서 지역사랑상품권 20만원을 받았는데 동네 슈퍼마켓에서 담배를 샀다”고 했다.

일각에선 올 상반기 담배 판매가 특이하게 높은 증가율을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지자체뿐 아니라 중앙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도 곧 지급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흡연자들이 동네 슈퍼마켓에서 전액 담배를 사더라도 슈퍼마켓 주인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보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긴급재난지원금으로 담배를 사면 자신의 돈으로 다른 소비를 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긴급재난지원금은 내수 진작에 어떻게든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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