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원 최대 배출고 호남쏠림 현상…"다음엔 대원외고일 것"

입력 2020-05-11 11:33   수정 2020-05-11 11:38



개원을 앞둔 21대 국회에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한 고등학교는 전북 전주고와 전남 순천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학교 모두 호남 지역에 위치했다. 전통적인 서울소재 명문고인 경기고, 서울고, 경복고 출신의 당선자가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박정희 정부에서 시작된 고교 평준화 정책의 영향을 받는 세대가 국회에 진출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4·15 총선 당선자 300인의 출신 고교 중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한 곳은 전주고와 순천고였다. 두 학교는 각각 6명의 21대 국회 당선자를 배출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순천고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순천고는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경기 성남 수정의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 명만을 배출했지만 이번에는 김 의원을 비롯해 다섯 명의 순천고 출신 당선자를 더 배출하면서 공동 1위로 우뚝 섰다.

김 의원은 지난 7일 177석의 ‘거대 여당’의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민주당의 30대 청년 정치인으로 이혜훈 미래통합당·민병두 무소속 후보 등 중진 의원들과 맞붙어 승리한 장경태 당선인(서울 동대문을)과 ‘검사내전’ 등의 저서로 유명한 김웅 통합당 당선자(서울 송파갑)도 순천고 출신이다.

순천고 출신은 아니지만 순천중을 나와 광주제일고로 진학한 소병철 민주당 당선자(순천·광양·곡성·구례갑)도 순천고 출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1973년 중학교 평준화로 폐교된 같은 재단의 순천중 출신 대부분이 순천고로 진학했던 만큼, 소 당선자도 순천고 출신들 사이에서는 ‘동문’ 대우를 받고 있다.

순천고와 함께 21대 최다인 6명의 당선자를 배출한 전주고는 지난 2016년 20대 국회에서도 6명의 당선자를 냈다. 당선자 배출 ‘명문고’로 통했던 경기고, 서울고, 경복고 출신 당선자는 그 수가 급격히 줄었다. 경기고는 21대 국회에서 3명의 당선자를 배출했고 경복고는 4명을 배출했다. 서울고 출신 당선자는 없었다. 경기고가 20대 국회에서 13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같은 ‘호남 고교 약진’ 현상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시작된 고교 평준화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1974년 시행된 고교평준화는 서울과 부산 지역에서 시작돼 일부 지방 확산까지는 시차가 있었다. 특히 순천고와 전주고는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야 평준화가 됐다. 21대 국회 당선자의 평균 연령이 50대 중반(54.9세)인 점을 감안하면 21대 국회 당선자 상당수가 서울지역 고교 평준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는 분석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오는 22대 국회에서는 대원외고 등 특목고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당 관계자는 “지금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과 법조계는 대원외고 출신이 꽉 잡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가 곧 국회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21대 국회에서 특목고 출신은 대원외고 출신의 박주민 민주당 의원(서울 은평갑)과 서울과학고 출신의 신현영 더불어시민당 당선자 등 두 명이다. 이들은 각각 1973년, 1980년생이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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