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1조 유증', 7936만 신주 발행…총 2조2천억 마련

입력 2020-05-13 17:45   수정 2020-05-13 17:57


대한항공이 13일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방안을 공시했다. 대한항공 자사 첫 조 단위의 유상증자를 결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로 ‘돈줄’이 말라가는 만큼 유동성 문제 해결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대한항공, 1조 유증…2조2000억 자금 확충 전망

대한항공은 13일 이사회를 열고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신주 7936만5079주를 발생하는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날 이사회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3시간 가량 진행됐다. 2017년 4500억원의 유상증자 이후 3년 만에 단행하는 유상증자다.

1주당 신주 배정주식수는 약 0.66주이며 신주 예정 발행가격은 이날 종가(1만8200원)보다 약 30% 낮은 1만2600원이 될 예정이다. 신주 배정기준일은 다음달 8일이며, 발행가액은 오는 7월 6일 확정된다.

7월 17일 납입일을 거쳐 유증이 마무리되면 약 1조원이 회사로 유입된다. 대한항공의 전체 발행 주식은 기존 9595만5428주에서 1억7532만507주로 증가하게 된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7월29일이다.

1조원 유상증자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지원받는 1조2000억원 규모의 차입금까지 더해 대한항공은 총 2억2000억원의 추가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차입 실행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에서 항공화물 매출채권을 담보로 하는 7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과 주식전환권이 있는 3000억원 규모의 영구채권 발행 등이 결의됐다. 2000억원의 자산담보부 차입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대한항공은 전했다.

대한항공의 이번 대규모 유상증자와 는 자금난 해소를 위한 결정이다. 코로나19 쇼크로 하늘길이 닫혀 국제선 여객이 추락하면서 자금이 유입되지 않고 부채가 쌓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항공기들이 공항에 서 있는 처지이지만 리스료는 꼬박꼬박 나간다. 대한항공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원 10명 중 7명이 휴직에 돌입했지만 고정경비 부담은 여전하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한달에 최소 3951억원의 고정비가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23조원에 육박하는 대한항공의 총부채(22조9399억원) 중 만기가 1년을 넘는 비유동부채 규모는 15조원 가량이다. 미래의 항공권 매출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의 부도를 막기 위해서도 자금이 필요하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도 안 좋은데 원화약세까지 더해져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 1200%를 웃돌 듯 하다"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의 유상증자는 정부 지원책에 맞춰 자금을 마련하는 자구안의 성격도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산은과 수은 등을 통해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다만 이번 유증으로 인한 주당순자산가치(BPS) 희석은 시장의 우려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로 인한 주당순자산가치(BPS) 희석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며 "증자를 통해 확충되는 자본과 늘어나는 주식 수 비중이 비슷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대한항공이 올해 1조2800억원 상당의 순적자를 기록하면서 자본감소가 발생할 전망인데, 유증을 통한 1조원의 자본 확충은 자기자본의 약 68%로 주식수 증분(67%)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풀이했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한진칼, 14일 이사회 연다…유상증자 단행할까

재계의 관심은 한진그룹의 지주사이자 대한항공의 대주주인 한진칼로 모인다. 한진칼은 오는 14일 이사회를 열고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참여 방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지분을 보통주 기준 29.96%(우선주 포함 29.62%)를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면 지분율에 따라 3000억원가량을 조달해야 한다.

한진칼은 지난해 연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1412억원을 보유한 상태다. 이에 한진칼이 대한항공 유증에 참여하기 위해 별도의 유상증자나 담보 대출 등을 통해 추가 자금 확보에 나설 것으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김유혁 연구원은 "한진칼 정관 제8조에 따르면 긴급한 자금조달을 위해 국내외 금융기관 또는 기관투자자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0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사회 결의만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부족한 현금을 마련 하기 위해 한진칼이 유증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한진칼이 추가 자금 확보 방안은 추후 별도 이사회를 열고 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증자가 아니라 대출을 택할 경우 담보는 자회사인 한진과 정석기업 등의 지분, 또는 정석기업이 가진 부동산 등이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진칼이 유증에 나선다면 이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 반도건설 등 '3자 주주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대한항공 주가 '경착륙'…바닥은 어디?


대한항공 주가는 유상증자 추진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20일부터 지지부진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대한항공 주가는 해당 기간 12.9% 떨어졌고, 지주사인 한진칼 주가는 27.2% 급락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과거 2015년과 2017년 유상증자 사례에 비춰 신주 발행가격 확정 산정일까지 지지부진한 흐름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준영 DGB금융그룹 연구원은 "과거 두 차례의 유상증자 당시 유증 결정 공시가 장 마감 후 나와 그다음날이 주가의 저점이었다"며 "이후 신주 발행가격 확정 시점까지 주가는 바닥을 형성하다 발행가격 확정 이후 주가가 우상향 흐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당시와 지금의 영업환경이 다르지만 다양한 방법을 통해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 될 때까지 필요한 현금을 확충한다면 대한항공의 주가가 이를 반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올해 1분기 코로나19 여파로 수천억원대의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2015년 3분기부터 18분기 연속 이어진 영업이익 흑자 행진이 멈출 것이란 관측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대한항공의 1분기 영업적자 컨센서스(국내 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2015억원으로 집계됐다. 대한항공은 오는 15일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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