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상대 잘못 골랐어!" 웜비어 부모의 집념

입력 2020-05-13 18:04   수정 2020-05-14 00:18

인기리에 시리즈로 제작되고 있는 할리우드 액션영화 ‘존 윅’과 ‘더 이퀄라이저’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과거를 잊고 살려는 전직 킬러 키아누 리브스(존 윅)와 특수부대 출신 덴절 워싱턴(더 이퀄라이저)을 조폭들이 몰라보고 시비를 건다. 참다못한 주인공의 반격이 시작되면서 관객은 짜릿함을 느낀다. ‘그렇지, 상대를 잘못 골랐어!’

현실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2015년 북한 억류 뒤 결국 사망에 이른 미국 청년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미국 내 은행들 계좌에 동결돼 있던 북한 관련 자금을 찾아내 상세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법원 명령을 얻었다. 금액이 2379만달러(약 291억원)에 이른다. 웜비어 부모는 2018년 미국 법원에서 아들 죽음에 대한 배상(5억114만달러, 약 6141억원) 판결을 받아 북한 자산 동결과 압류에 힘썼고 첫 결실이 이뤄진 것이다.

지난해 11월 방한한 웜비어 부모는 한 행사에 참석해 “북한은 상대를 잘못 골랐다. 만만히 보지 말라”고 경고한 바 있다. 부유한 유대인 가문 출신이라는 부부의 배경이 자신감의 원천이다. 이들은 미국 정가와 경제·금융계의 유대인 네트워크를 동원해 북한 비자금을 찾고 있다. 정부기관도 아니고 사법경찰권이 있는 것도 아닌데, 유대인 네트워크 하나로 아들을 잃은 원한을 풀겠다는 것이다.

그 정도로 유대인의 결속력은 상상 이상이다. 유대교 회당인 시너고그에서 매주 예배를 보고 지역사회 모임도 유대인들끼리 하며 연대감을 키운다. 정계·재계·학계 등에 유대인이 많지만 미국 정부 내 경제분야의 파워는 더 막강하다. 폴 볼커,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재닛 옐런 등 역대 중앙은행(Fed) 의장은 물론, 재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 래리 서머스 등이 모두 유대계다. 월가 대형 금융회사들의 의사 결정도 대개 유대인이 좌우한다. 미국 인구의 2.5%가 채 안 되는 유대계가 경제·금융권력을 쥐고 있는 것이다. 유대계 자본이 종종 국제 음모론의 소재가 되는 이유다.

이런 유대인들이 사적 인맥까지 동원하면 국제금융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다. 국제사회 제재를 받는 북한이 가장 겁내는 게 금융봉쇄다. “죽을 때까지 북한 정권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웜비어 부부의 공언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북한이 상대를 잘못 고른 셈인데,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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