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 자산가, 미술작품 거래 주목한 이유

입력 2020-05-15 17:26   수정 2020-05-16 01:42

“종이에 코피 쏟아놓고 3만유로라고?”

필립을 따라 처음 가본 미술관에서 드리스가 현대미술 작품을 보고 대뜸 던진 말이다. 드리스의 눈에는 ‘그림 같지도 않은’ 작품 하나가 3만유로(약 4000만원)가 넘는다는 건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웠다.

같은 작품을 보고도 필립은 가격에 수긍한 반면 드리스는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무차별곡선’으로 설명한다. 무차별곡선은 소비자에게 같은 만족을 주는 재화 묶음을 연결한 곡선을 말한다. 무차별곡선은 소비자가 얼마까지 지출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예산제약선’과 접한다. ‘하위 1%’ 드리스와 ‘상위 1%’ 필립의 반응이 달랐던 것도 미술 작품이라는 재화에 대한 두 사람의 예산제약선이 다른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드리스가 필립만큼 돈을 많이 번다면 드리스의 예산제약선도《그래프 3》처럼 밖으로 이동 할 것이다.

드리스는 미술관에서 본 그림처럼 캔버스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물감을 뿌리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어느 날 필립은 자신의 집을 찾은 친구에게 드리스의 작품을 소개한다. 필립은 이 작품을 신인 유망 화가의 작품이라며 “런던과 베를린에서 전시될 예정이야”라고 말한다. 필립이 부른 가격은 1만1000유로(약 1400만원). 이 말을 들은 필립의 친구는 이렇게 말하며 드리스의 그림을 산다. “나중에 가치가 오를 수도 있는데….”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발표한 ‘미술시장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미술품 거래 규모는 약 4400억원이다. 하지만 필립과 그 친구의 사례와 같은 개인 간 거래는 잘 드러나지 않고 음지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혹자는 국내 미술시장 규모가 최소 1조원은 될 것이라는 추정을 내놓기도 한다.

미술 작품은 재테크 수단으로도 각광을 받는다. 무명 작가의 미술 작품을 샀는데 그 작가가 유명인이 된다면 가치가 수십 배에서 수백 배 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이던 미술품 거래 시장이 최근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열리고 있다.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미술품 하나를 사는 게 어려우니 각각 작품의 지분을 사서 ‘공동소유’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미술품 공동투자 전문 플랫폼 아트투게더와 핀테크업체 핀크가 운영하는 아트 투자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지난 8일 앤디 워홀의 유명작 ‘러브(LOVE)’는 공동 구매가 시작되자 10분 만에 완판되기도 했다. 주식처럼 작품 가치가 올랐을 때 자신의 지분만큼만 타인에게 판매해 차익을 남길 수 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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