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한국판 뉴딜'의 성공 조건

입력 2020-05-17 18:43   수정 2020-05-18 00: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가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시장에서 국가로, 작은 정부에서 큰 정부로 국가 운영의 중심축이 옮겨가는 양상이다. 시대정신이 왼쪽으로 기울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선도형 경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디지털 강국 도약과 신성장산업 육성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정부가 국부와 고용 창출자가 되겠다는 성장 담론이다. 그러나 구체적 실천 방안은 기존의 혁신성장 전략과 큰 차이가 없다. 한국 경제를 재도약시킬 큰 그림, 경제 패러다임을 바꿀 창조적 파괴의 청사진이 필요하다.

민간 부문을 위축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중국도 국유기업 역할 강화론이 득세하면서 국진민퇴(國進民退)의 부작용을 경험했다. 기본적으로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한국판 뉴딜은 민간이 주도해야 성공한다. 정부는 변화의 촉진자 역할에 그쳐야 한다. 1930년대 뉴딜 추진 과정에서 미국 재계는 정부의 기업 통제에 알레르기적으로 반응했다. 언론인 월터 리프먼은 미국인의 경제생활을 정부가 통제하는 방식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자본주의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보강하려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진의가 공유되면서 정부와 재계는 화합의 길에 들어섰다.

기업의 상생협력이 중요하다. 기업이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제공에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 최태원 SK 회장은 기업은 정부와 지역사회, 사회적 기업 등과 함께 소외 사각지대를 찾아내 문제를 해결하는 안전망 제공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혁명적 수준의 규제혁파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게임, 원격의료 같은 언택트(비대면) 규제만 풀어도 47만 개 일자리가 생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국에서 도입된 원격의료가 불법인 갈라파고스 규제를 혁파해야 포스트 코로나 선도국가가 될 수 있다.

한국판 뉴딜이 단기 부양책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단기 경기부양 성과에 집착해 인프라와 연구개발 투자 같은 중장기적 일자리 창출에 실패했다. 9~10%의 높은 실업률을 낮추지 못해 2010년 중간선거에서 참패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재정건전성에 유념해야 한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확장적 재정정책은 중기적으로 국가 신용등급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지난 3년간 적자 편향이 심해지고 정치의 재정 지배도 가속화됐다. 1분기 통합재정수지가 45조3000억원 적자다. 국세수입도 8조5000억원 감소했다. 30조원대 3차 추경 편성 시 국가채무는 연말 85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올해 국가부채 이자만 18조9000억원이다. 경제정책으로 인한 충격을 재정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대외의존도가 높아 재정건전성 지표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미증유의 고령화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재정 여력을 갖춰야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가 선별적 복지가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 대상을 선별해 타깃 지원해야 정책의 실효성이 극대화된다. 핀란드 정부의 기본소득 실험 결과 기본소득 지급이 실업자의 근로의욕을 살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자들의 취업과 재정 인센티브 간 상관관계가 낮다는 의미다.

공공기관의 몸집 불리기를 경계해야 한다. 왜 공기업을 철밥통이라고 하겠는가. 고임금과 고복지, 방만경영, 주인의식 결여 같은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해 340개 공공기관의 순익은 6000억원에 불과하다. 2016년 15조4000억원의 25분의 1 수준이다. 공공기관 직원이 최근 4년간 10만 명 가까이 늘어났다. 공기업 비대화는 민간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규제국가로 가는 지름길이다.

코로나19 사태는 계층 격차, 디지털 격차, 보건 격차 등 대격차(Great Divide)를 초래한다.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역할은 불가피하지만 거대 정부가 아니라 스마트 정부가 필요한 때다. 급변하는 외부 여건 변화에 신속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스마트 국가가 한국판 뉴딜의 성공을 견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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