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錢의 전쟁 돌입…'강력한 무기' 금리는 녹슬었다

입력 2020-05-17 17:31   수정 2020-05-18 00:4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세계 경제와 국제통화질서가 ‘뉴 노멀’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점이 뼛속까지 느껴진다. 뉴 노멀이란 종전의 이론과 규범, 관행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상적인 상황을 뜻하는 ‘노멀’에 대비해 붙여진 용어다. 미래 예측까지 어려워지면 ‘뉴 애브노멀’이라는 말을 쓴다.

지난 주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종전의 입장을 확 뒤집는 두 가지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우선 세계화의 종언을 밝히면서 “중국과의 모든 거래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또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을 겨냥한 ‘마이너스 금리 추진 압박’이 거부당하자 달러 약세 입장을 철회하고 ‘지금은 달러 강세가 맞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시장의 반응은 의외였다. 글로벌화와 수출에 익숙했던 노멀 시대라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다우존스지수가 1000포인트 이상 급락할 대형 악재였다. 하지만 주가는 올랐다. 코로나19 사태 최대 피해 지역인 뉴욕의 경제활동 재재 기대 등 호재가 있긴 하지만, 시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경제 분야에서 가장 먼저 현실로 닥치고 있는 변화가 세계화의 퇴조다. 세계화의 속도가 둔화한다는 ‘슬로벌라이제이션(slowbalization)’에 이어 ‘탈세계화(deglobalization)’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다.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유일한 길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의 이동이 제한되면 상품의 이동까지 제한되기 때문이다.

반면 자급자족 성향은 강해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범세계주의’보다 ‘보호주의’가 강해지는 추세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수출’보다 ‘내수’, ‘오프쇼어링’보다 ‘리쇼어링’, ‘아웃소싱’보다 ‘인소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정치적으로도 자국의 이익을 중시하는 극우주의 세력이 힘을 얻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기 시작하면 한편으로 정상적인 상황으로 되돌리는 과제와 다른 한편으로는 사후 평가와 함께 이에 따른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가 줄어들기 시작함에 따라 마치 입을 맞춘 듯이 각국이 ‘뉴딜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자급자족 성격이 강해지는 여건에서는 재정정책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채무가 위험 수위에 도달해 뉴딜 정책 추진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가 힘든 여건이다. 국가 부도 위험을 무릅쓰고 적자 국채를 발행해 마련한 재원을 지출한다고 하더라도 ‘구축 효과’로 경기부양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 미국 의회 예산국(CBO)에 따르면 재정지출 승수효과는 1930년대 3.5배에서 1.5배 안팎으로 낮아졌다.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유일한 희망이 실물경제에 흘러가지 않고 떠다닌다는 그 많은 돈이다. 금융위기 이후 ‘헬리콥터 벤’ 식으로 뿌려진 막대한 돈이 회수되지 못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 많은 돈이 풀렸다. Fed는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되기까지 ‘최종 대부자 역할(lender of last resort)’을 포기해서라도 무제한 돈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각국이 돈을 끌어들이는 ‘쩐(錢)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무기가 있어야 한다. 금융위기 이후 국제 간 자금흐름은 캐리트레이드 성격이 짙다. 이론적 근거는 환율을 감안한 어빙 피셔의 국제 간 ‘자금이동설(m=rd-(re+e), m: 자금 유입 규모, rd: 투자 대상국 수익률, re: 차입국 금리, e: 환율 변동분)’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돈을 끌어들이려면 금리를 올리거나 환차익을 제공해야 한다.

‘쩐의 전쟁’에 가장 강력한 무기인 금리는 더 이상 동원할 수 없는, 용도 폐기된 수준이다. 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제로(0) 혹은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차선책은 자국의 통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환차익을 제공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화 종언과 함께 달러 강세를 선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이외 국가도 쩐의 전쟁에서 패배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국의 통화 가치를 끌어올려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다른 나라에서 돈을 끌어들여야 한다. 환율 전쟁의 본질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화와 수출에 익숙했던 노멀 시대에 환율 전쟁은 ‘평가 절하’ 경쟁인 데 비해 탈글로벌화와 내수를 지향하는 뉴 노멀 시대에는 ‘평가 절상’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우리 외환당국과 기업, 그리고 달러 투자자들은 이런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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