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지지부진…전남 흑산공항 지연에 속타는 주민들

입력 2020-05-18 18:18   수정 2020-05-19 00:26


수년째 답보 상태인 전남 신안군 흑산공항 건설을 두고 4200여 명 흑산도권 주민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올 하반기 울릉공항이 착공하는 가운데 흑산공항 건설은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에 막혀 번번이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18일 신안군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2008년부터 섬지역 접근성 개선 및 교통기본권 해소를 위해 울릉도와 흑산도에 소형공항을 짓기로 했다. 소형공항은 50인승 소형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활주로 길이 1000~1200m 규모의 공항을 말한다. 당초 흑산공항은 울릉공항보다 3년 앞선 2023년 개항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국립공원이라는 이유로 2016년부터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에서 세 차례나 유보돼 건설이 지지부진하다.

신안군 관계자는 “철새 보호 대책 및 국립공원 가치 훼손 등의 이유를 들어 주민들의 생존권과 교통기본권을 가로막고 있다”며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이 세계문화유산 지역에도 소형공항을 운영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목포대 산학협력단이 지난 14일 내놓은 ‘국외 소형항공기 운항사례 조사’를 보면 일본은 야쿠시마 등 국립공원 안에 소형공항을 운영하는 곳이 5곳에 이른다. 필리핀도 소호톤 국립공원 등 2곳에 공항을 운영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199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코모도제도 국립공원에 2곳의 공항을 지었다.

흑산도와 가거도 등 흑산권역에 거주하는 10여 개 도서민은 오로지 선박에 의존해 생활한다. 목포항과 편도 2시간 거리의 뱃길은 연평균 110일(반나절 포함) 정도 기상 악화로 배가 운항하지 않는다. 응급환자가 발생해도 응급헬기가 뜨지 않으면 병원조차 갈 수 없다.

이정수 신안군 흑산공항지원단장은 “흑산도, 홍도, 가거도를 찾는 선박 이용객만 연간 30만 명이 넘는다”며 “선박 통제가 잦은 겨울철에 응급 상황이 겹치면 주민과 관광객 모두 생사의 기로에 맞닥뜨리게 된다”고 말했다.

울릉도는 흑산도와 지리 여건, 생태환경, 영토의 특수성 등이 비슷해 2004년 환경부에서 해상국립공원 지정을 추진했지만 주민(94%) 반대로 지정이 미뤄졌다. 이후 국립공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항 건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울릉공항은 2013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조사에서 편익 대비 비용(B/C)이 1.19로, 흑산공항(4.38)에 비해 경제성이 낮았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섬으로 형성된 개발도상국에서도 국립공원 내 소형공항을 건설해 거주민의 삶의 질을 보장하고 있다”며 “흑산공항이 지어지면 서울에서 흑산도까지 7시간 걸리던 것을 1시간대로 단축해 주민과 관광객의 교통 편의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안=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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