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의 여인이 창가에 있다. 길고 굽이진 금발머리에 강렬한 붉은색 옷을 입고 석양의 도시를 배경으로 서 있는 여인은 우아하고도 당당한 모습이다. 붉은 색조, 도도한 표정과 손동작에서 인물의 성품과 의지가 드러난다.이 사진은 러시아 출신 사진가 카테리나 벨키나의 ‘염원’이란 작품으로 올해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 전시작 가운데 하나다. 벨키나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다양한 상황을 묘사한 인물사진을 주로 발표해 왔다. 미술을 전공한 뒤 사진을 공부한 벨키나는 르네상스 시대의 초상화 같은 고전미와 사진의 현실감을 동시에 담아냈다. 그의 사진들은 뚜렷한 음영과 풍부한 색감을 통해 매혹적인 여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의 정교한 계산 아래 작품 속 인물의 동작과 배경이 어우러져 흉내내기 어려운 독창적 분위기를 띤다. 독특한 점은 사진에 작가 자신을 등장시킨다는 것이다. 이 작품에선 출산을 앞둔 벨키나가 자신의 모습을 통해, 생명을 잉태한 여성의 고귀함을 표현하고 있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23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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