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시민단체 투명회계 강조하는 英

입력 2020-05-21 18:11   수정 2020-05-22 19:29

영국엔 시민단체를 전담 감시하는 독립 규제기관이 존재한다. 자선위원회(Charity Commission)로 불리는 이 기관의 역사는 16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의 형태가 갖춰진 건 200여 년 전인 19세기 초반이다. 시민단체 관리를 전담하는 자선위원회 전체 인력은 지난해 기준으로 300명이 넘는다. 시민단체 비리를 조사하고, 은행 계좌를 동결할 수 있는 등 준(準)사법기관 역할도 맡는다.

귀족 중심의 계급사회인 영국에선 역설적으로 수백 년 전부터 기부 문화가 보편화됐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앞세운 사회 지도층의 기부 문화가 활발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영국을 비영리기구(NGO)의 출발국으로 보는 인식도 이런 이유에서다.

영국에선 자선위원회에 등록된 시민단체만 지난해 기준 17만 개에 달한다. 자선위원회 등록 기준은 기부금 등 연수입 5000파운드(약 750만원)다. 대부분의 시민단체가 자선위원회 감시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자선위원회가 수백 년 전에 출범한 것도 기부금을 운영하는 시민단체를 감시할 기구가 당연히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자선위원회는 정부가 아니라 하원 상임위원회에 직접 보고할 수 있는 권한도 쥐고 있다. 정부가 특정 정치 성향의 시민단체를 옹호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이런 영국에서도 시민단체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는 해묵은 숙제다. 자선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시민단체에서 785만파운드(약 118억원)의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시민단체 직원들이 기부금을 정해진 것과 다른 용도로 쓰거나 사적으로 빼돌린 사기가 대부분이었다.

시민단체에서 사기가 끊이지 않는 원인이 부실한 회계 관행에서 비롯됐다는 게 자선위원회의 지적이다. 자선위원회는 적지 않은 전담인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시민단체를 감당하긴 어렵다고 설명한다. 영국 주요 시민단체의 연간 수입은 한 곳당 수 천억원에 달한다.

자선위원회는 지난 1월 영국 공인회계사협회(ACCA)와 회계자료 공유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회 측과 공동으로 시민단체의 잘못된 회계 관행을 바꾸기 위해서다. 회계사들은 비리 적발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에 대한 조언도 병행하고 있다.

한국에선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자가 몸담았던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운영을 놓고 비리 의혹이 커지고 있다. 정의연은 외부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다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뒤늦게 회계감사를 수용했다. 정의연은 영국 자선위원회가 항상 강조하는 캠페인 문구를 곱씹어봐야 할 듯싶다. “시민단체의 투명한 회계야말로 국민의 신뢰를 얻고 기부를 늘려 공공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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