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인류 역사 관통하는 창의성…진화생물학에서 배운다

입력 2020-05-21 19:51   수정 2020-05-22 02:17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어떻게 이 세상에 나타나게 됐을까. ‘진화적 혁신’이란 주제를 연구해온 안드레아스 바그너 스위스 취리히대 진화생물학 교수는 그 해답을 과학 분야의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인 ‘적응 지형도’에서 찾는다. 유전학자 시월 라이트가 제안한 적응 지형도는 생명이 만들어낼 수 있는 모든 가능한 형태와 그 형태들이 관련된 모든 개연성을 그린 일종의 지도를 의미한다. 바그너 교수는 저서 《진화와 창의성》에서 진화가 모든 가능성을 찾아내는 방법을 이해하기 위해 적응 지형도를 어떻게 읽고 활용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그런 다음 진화가 이 광대한 지형도 안을 탐험하도록 돕는 과정이 창의성의 밑바탕이 되는 과정과 닮아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지구상에 탄생한 생명체의 단일 세포는 시간이 흐르면서 수십억 개의 구성 요소를 지닌 특별한 조직체로 탈바꿈하게 됐다. 이런 다세포 유기체는 냄새와 소리, 빛을 이용해 세상을 탐구할 수 있는 감각들을 진화시켰다. 그러다 마침내 신경계통이 복잡한 두뇌 조직으로 진화했고, 추상적인 상징들을 창조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그런 진화 과정 덕분에 인간은 프랑스 라스코동굴의 벽화와 모네의 풍경화를 그릴 수 있었고, 수메르의 계산용 점토판과 복잡한 슈퍼컴퓨터까지 만들어냈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도, 피타고라스의 정리도, 슈뢰딩거의 방정식도 다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저자는 “인간이 이룬 모든 문명은 자연의 창의성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며 “인간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과 자연 속 생물들이 생존을 위해 진화하는 과정이 무척 닮았다”고 설명한다. 그는 자연이나 인간이나 창의성을 발휘해 가능성과 개연성을 찾아내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지형적 사고의 관점’이라고 부른다. 지형적 사고는 ‘광대하고 복잡한 지형을 탐험할 수 있는 능력이며 일종의 심오한 원칙’이다.

저자는 “지형적 사고는 우리로 하여금 더 잘 생각할 수 있도록, 자녀들을 더 잘 키울 수 있도록, 그리고 올바른 학교 교육과 경영 정책, 정부 규제 등과 함께 혁신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인간과 사회의 수많은 일에서 다양성이 맡고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설명해준다는 것이다.

책 후반부에선 획일적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음악과 미술, 놀이 등 창의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저자는 “그저 평준화된 시험을 목표로만 가르치는 것은 학생들에게 상처만 남긴다”며 “진정한 적자생존은 교실 안에서 창의적 사고를 어떻게 키워주는가에 달려 있다”고 단언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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