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토스, 코로나에도 실적 고공행진

입력 2020-05-22 16:36   수정 2020-10-13 16:30

지난 17일 인천국제공항 내 판토스 물류센터. 3만2000㎡ 규모의 부지에는 중국에서 실려온 화물이 층층이 쌓여 있었다. 직원들은 화물 박스들을 2m 높이로 다시 쌓고 비닐과 합판으로 재포장한 뒤 미국으로 향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화물칸으로 옮겼다.


LG그룹의 종합물류기업 판토스가 한·미·중을 잇는 하늘길 개척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국과 중국을 오가는 여객 노선이 끊기면서 화물 운송량이 쪼그라들자 직접 다리를 놓아준 것이다. 세 개 국가를 잇는 물류 노선을 개척한 건 국내에서 판토스가 처음이다. 판토스는 해운에 이어 항공 물류 사업도 ‘글로벌 톱10’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계획이다.

22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판토스는 이달 인천~LA를 잇는 전세기 물류 노선을 구축했다. 지난해 7월 개시한 중국 상하이·옌청·홍콩~인천 노선과 연결해 ‘중국→한국→미국’을 잇는 물류 노선을 완성했다. 중국에서 오는 화물을 한국을 거쳐 미국으로 운송하고, 중간에 인천공항에서 국내 화물을 더 싣고 가는 방식이다. 판토스는 이 노선을 지금까지 4회 운항해 총 100t의 화물을 운송했다. 이달 말까지 3~4회 더 운항할 계획이다.

3국을 잇는 항공 물류사업은 미·중 여객 노선 운항이 급감한 시장 상황을 파고들었다. 코로나19로 중국과 미국이 서로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양국을 오가는 여객기 화물 운송량은 95% 이상 감소했다. 화물기에 실리는 물량을 더해도 전체 운송량은 절반 이상 줄었다. 마스크, 손세정제 등 화물 수요는 늘어났는데 공급은 반토막 난 셈이다.

판토스는 물류회사가 가진 ‘네트워크’를 내세웠다. ‘중국→한국’ 노선은 중국 항공사에서 남는 여객기를 빌리고, ‘한국→미국’ 노선은 국적사를 이용했다. 판토스 관계자는 “여객이 탑승하지 않아 양국 규제를 어기지 않으면서 화물을 운송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방식은 항공사가 직접 하기 힘들다. 항공사가 도시 A에서 B로 가는 도중에 C를 들르려면 3개 도시에 모두 취항한 상태여야 한다. 이미 정해져있는 여객기 운항 스케줄에 맞춰 화물을 환적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하지만 판토스는 일정 기간 항공사로부터 여객기를 빌려 화물 유치·계약·운송·하역까지 모든 것을 총괄한다. 특정 도시에 화물 수요가 몰리면 각 노선에 취항한 항공사들의 비행기를 확보해 운송한다. 이를 통해 화물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판토스는 올 1분기에도 코로나19 긴급 물동량에 신속히 대응해 37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모기업인 LG상사의 1분기 흑자(499억원)를 이끌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판토스는 코로나19로 인한 ‘물류 대란’이 끝나더라도 전세기를 활용한 물류 사업을 유럽, 동남아시아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항공 여행 비수기 때마다 각국 항공사로부터 남는 여객기를 빌리고 서너 개 국가를 이어 화물을 운송한다는 구상이다. 판토스의 계획은 인천공항을 동북아 물류허브로 키우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전망이다.

판토스의 장기 목표는 항공 물류 분야의 글로벌 ‘톱10’이다. 판토스의 항공 물류 사업은 물동량 기준으로 12년 연속 국내 1위지만 전 세계 순위는 20위에 머물고 있다. 형갑수 판토스 항공사업담당 상무는 “판토스의 주력 사업인 해운 물류는 이미 글로벌 7위”라며 “항공 물류 사업도 향후 글로벌 시장 10위권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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