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홍콩 보안법' 충돌…트럼프 "강하게 다룰 것" 경고

입력 2020-05-22 17:11   수정 2020-05-23 00:38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21일(현지시간)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 움직임에 대해 강력 경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전방위로 확산 중인 미·중 갈등이 이번엔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홍콩 문제로 번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의 홍콩보안법 추진에 대해 “만약 그 일이 일어나면 그 문제를 매우 강하게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시간주 포드자동차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선 “적절한 때 성명을 내겠다”며 “홍콩은 많은 일을 겪어왔다”고 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홍콩보안법 제정과 관련, “중국의 약속과 의무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홍콩 주민의 의지를 반영하지 않는 국가보안법 제정은 상황을 매우 불안정하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상원은 홍콩보안법 제정에 관여한 중국 관리를 제재하고, 이들과 거래하는 은행을 처벌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팻 투미 공화당 의원과 크리스 밴홀런 민주당 의원이 법안 발의를 주도하고 있다. 두 의원은 이 법안이 “홍콩 자치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뻔뻔한 간섭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미 의원은 성명에서 “중국 공산당은 홍콩의 자치권과 홍콩인들의 권리를 없애버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미 상원은 전날 미 회계 기준을 지키지 않는 중국 기업의 뉴욕증시 상장을 막는 ‘외국기업 책임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어 하루 만에 다시 ‘중국 때리기’에 나선 것이다.

미 행정부와 의회의 이날 압박은 중국이 전날 홍콩보안법 제정 방침을 밝힌 직후 나왔다. 홍콩보안법은 국가 전복과 반란을 선동하거나 국가안전을 해치는 사람에게 중형(최장 30년 징역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홍콩 민주화 세력 등 ‘반(反)중국’ 인사를 탄압하려는 목적에서 나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홍콩 정부는 2003년에도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당시 홍콩 시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여 이를 저지했다. 홍콩 민주 진영은 다음달 4일 홍콩 빅토리아공원에서 예정돼 있는 ‘톈안먼 시위’ 기념집회에서 중국 정부의 홍콩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예고했다.

홍콩 문제를 ‘내정’으로 간주하는 중국은 미국의 개입을 비판하며 반격에 나섰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2일 사설을 통해 “외부 세력이 홍콩을 이용해 중국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홍콩 안보상의 구멍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화통신도 “홍콩은 외부 세력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막는 주요 카드가 됐다”고 미국을 겨냥했다. 인민일보는 “반중 분자들이 (국가보안법이 없는) 공백기를 이용해 빈번히 중앙정부의 권위에 도전하고 홍콩 독립을 선전하며 국가 분열 행위를 선동하고 있다”며 “국가보안법은 홍콩만의 일이 아니라 전 중국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주용석/베이징=강동균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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