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원 걷고도…공익법인 60% 외부감사 안 받아

입력 2020-05-29 17:23   수정 2020-05-30 01:01


정의기억연대의 회계 부실 논란으로 공익법인의 회계 투명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달 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정의연의 후원금 사용과 관련해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공익법인은 사회복지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법인으로 시민단체 등도 여기에 속한다.

일각에선 “이번 기회에 시민단체 등 공익법인의 회계 투명성과 관련해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영감사제도 등을 도입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된 공익법인의 회계 관리를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10곳 중 6곳 외부감사 안 받아

정의연은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에 기부금과 국고보조금 사용 내역을 제대로 입력하지 않았다. 정의연은 국세청 공시자료에 피해자 지원사업 수혜 인원을 99명, 999명 등으로 기재하고 여러 곳에 지출한 모금사업 비용 3300여만원을 맥줏집 한 곳에서 지출한 것으로 기록했다. 후원 기업과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길원옥 할머니가 낸 기부금을 공시에 누락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의연 측은 “회계 공시 미숙으로 인한 오류”라고 해명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올해부터 연간 총수입이 50억원을 초과하거나 연간 20억원 이상의 기부금을 받은 공익법인은 외부 회계법인으로부터 반드시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작년까지는 총자산 100억원 이상만 외부감사 의무 대상이었다. 정의연의 총자산은 22억여원이다. 정의연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모금액이 100억원 이상인 단체만 외부 회계감사를 받아 정의연은 해당하지 않는다”며 “변호사와 회계법인을 통해 내부감사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의연과 같이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 법인은 적지 않다. 공익법인 평가기관 한국가이드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세청 공시 공익법인 9663개 중 외부감사를 받지 않은 법인은 5849개다. 공익법인 10곳 중 6곳은 외부 감사를 받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공시 공익법인들이 걷은 총 기부금은 6조3472억원이었다. 국세청 공시자료에 따르면 대부분 시민단체가 기부금 지출 내역을 올리면서 사용처를 ‘사업비’ ‘활동비’ 등으로만 기재했다.

공영감사제 도입 시급

문제는 감사 비용이다. 후원금으로 살림을 꾸리는 영세한 공익법인으로서는 관리비에 해당하는 감사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을 지낸 김경율 회계사(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시민단체는 늘 자금난을 겪다 보니 전문적인 회계 인력을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며 “대다수 활동가의 연봉이 최저임금 안팎인데, 회계사는 1.5배 이상은 보장해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정부가 직접 감사인을 지정하고 일부 비용을 보전해주는 ‘공영감사제’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공영감사제란 공익법인의 회계감사에 대해 정부가 정한 제3자가 외부감사를 수행하고, 해당 비용을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 연구보고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익법인의 84%가 공영감사제 도입에 동의하고 있다.

공익법인에 대한 감사도 더 날카로워져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그동안 공익법인의 회계 관련 문제점이 계속 지적돼 왔는데 숫자가 맞고 틀리냐만 보는 식의 재무제표 감사에만 머물러 있었다”며 “기부 목적에 적합하게 쓰이고 있는지 등 합목적성을 중심으로 한 ‘준수 감사’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익법인과 기부자 간에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기부문화 정착도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익법인은 기부금을 내는 후원자에게 지속적인 피드백을 줘야 하고, 후원자 역시 공익법인에 기부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수시로 알려달라고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익법인 감사 전문가인 최호윤 회계사는 “소비자 운동처럼 ‘기부자 운동’도 필요하다”며 “기부금을 내는 데 그치지 않고 기부자가 시민운동의 주체로서 끝까지 함께한다는 인식이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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