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주식과 달리 불안한 회사채시장

입력 2020-06-01 14:37   수정 2020-06-01 14:39

≪이 기사는 06월01일(06:0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그 많던 기관투자가들의 돈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요.

회사채가 팔리지 않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국내 공모 회사채는 경매처럼 ‘수요예측’이라 부르는 입찰에 부치는데요. 기관들로 북적이던 경매장이 한산해졌습니다. 주식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을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과 대조적입니다.

지난달에는 메리츠금융지주, 현대건설기계, KCC, 한화건설 등이 수요예측에서 계획했던 물량을 팔지 못했습니다. 꽤 우량한 이런 회사채의 연쇄 미매각은 2012년 이후 볼 수 없었던 현상인데요. 서둘러 해소해야 하는 위험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멀쩡한 기업이 기존 빚을 갚을 현금을 못 구해 파산하는 지경에 처할 수 있으니까요. 채권시장안정펀드와 한국산업은행이 최근 수요예측에 참여해 수백억원씩 회사채를 사주고 있는 이유기도 합니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IB) 담당 임원은 “기관들이 수요예측에 이 정도로 안 들어올 줄은 몰랐다”며 “산업은행만 적극적으로 참여하다보니, 올해 회사채 인수실적 1위는 산은이 맡아뒀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답답한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만약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증권사가 인수 업무를 기피하는 최악의 사태로 번질 수 있습니다. 증권사들은 안 팔린 매물을 일단 ‘인수 북(book)’이라 부르는 창고에 쌓아두는데요. 창고가 가득 차면 인수 업무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됩니다.



과거 같은 위기를 넘겼던 해결책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등을 동원한 시장 금리의 하락 유도입니다.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면 투자 수요가 살아날 수 있으니까요. 지금처럼 미매각 위기감이 컸던 2012년에도 시장금리 하락은 증권사의 구세주였습니다. 창고에 쌓아둔 회사채 값이 뛰어 ‘이익을 남기면서’ 인수 북을 비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관점에서 한국은행의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0.75%→0.5%)는 시장에 상당한 위안을 주는 조치였습니다.

가장 중요한 다른 하나는 기관의 태도 변화입니다. 기관들은 여전히 코로나19 확산이 얼마나 많은 기업을 쓰러뜨릴지 불안을 떨치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지금 채권을 샀다가 신용등급의 강등과 이로 인한 평가손실을 겪은 일이 두려운 것이죠.

채안펀드 등 각종 기업 자금지원 대책은 이런 불안감을 누그러뜨리려는 조치인데요. 정부는 국책은행과 재정을 활용해 기관 수요의 일시적(?) 공백 메우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경기회복 기대가 싹트면 회사채시장에 다시 현금이 돌 것으로 기대하는 거죠. “재정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처럼요.

문제는 이런 해결책을 무한정 쓰긴 어렵다는 점입니다. 한 대형 보험회사 자산운용 담당 간부는 “회사채의 경우 여전히 위험 대비 금리 매력이 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며 “투자를 줄이고, 현금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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