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중국이 외신을 길들이는 법

입력 2020-06-01 18:20   수정 2020-06-02 00:2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 외교부가 베이징 주재 외신 기자들에 대한 통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진짜 아시아의 병자’란 제목의 외부 칼럼을 문제 삼아 지난 3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 세 명의 기자증을 취소하고 추방했다. 중국은 자국에 곱지 않은 보도를 하는 외신 기자에 대해 기자증 갱신을 거부하는 등의 방법으로 제재해왔다. 하지만 취재 기사가 아니라 칼럼을 빌미로 특파원을 추방한 것은 이례적이다.

베이징 주재 특파원으로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기자도 이런 조치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 취재 활동을 하려면 중국 외교부로부터 기자증과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그런데 중국에서 기자증과 비자를 신청하고 받는 과정은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까다롭기로 악명 높다.

까다로운 기자증·비자 발급

회사에서 베이징 특파원으로 발령받으면 주한 중국대사관에 10여 개가 넘는 서류를 준비해 신청한다. 중국대사관은 이 서류를 다시 본국의 외교부 담당자에게 보낸다. 외교부 심사를 통과하기까지 보통 40일이 걸린다. 하지만 담당자가 출장이나 휴가를 가거나 중국 내에서 큰 행사가 있으면 지체된다. 2017년 미국이 한국에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했을 때는 3개월이 지나서야 통과시켜줬다.

베이징에 도착해 기자증과 비자를 받는 절차는 더 복잡하다. 기자증을 신청하려면 외교부 담당자에게 미리 연락해 언제 가야 하는지를 허락받아야 한다. 기자증이 나오면 거주지 파출소에 전입 신고를 하고, 공안국 출입경관리처에 비자를 신청한다. 이때도 담당자에게 미리 전화를 걸어 날짜와 시간을 배정받아야 한다. 그냥 가면 신청을 받아주지 않는다.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연락하거나 조금이라도 늦으면 장황한 훈계를 들어야 한다. 담당자는 사무실과 집은 어디에 있는지, 중국인 직원은 있는지, 중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캐묻는다. 자기소개서도 요구한다. 또 중국 정부가 요구하는 사항을 지키겠다는 서류에 서명해야 한다. 비자를 받으면 다시 파출소에 전입신고를 해야 한다. 절차를 마무리하기까지 최소 한 달이 걸린다.

중국 정부에 개선책 요구해야

한국 특파원은 대개 3년을 주재하지만 기자증과 비자는 1년 만기다. 정확하게는 유효 기간이 11개월15일이다. 이 때문에 3년간 네 차례 기자증과 비자를 신청해야 한다. 도중에 이사를 하게 되면 2주일 내에 전입 신고를 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런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는 ‘외신 길들이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베이징 특파원들은 감시받고 있다고 느낀다. 인터넷은 수시로 접속이 끊기고 휴대폰도 감청당한다. 1년에 한두 차례 공안이 직접 특파원 집을 방문하기도 한다. 실제 거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하지만 특파원들은 일종의 경고로 느낀다.

중국의 외신 길들이기에 맞서 미국은 중국 언론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 2월 신화통신 인민일보 등 다섯 개 중국 국유 언론사를 ‘외국 사절단’으로 지정하고 직원과 자산 등을 보고하도록 했다. 일각에선 한국 주재 중국 특파원에 대한 한국 정부의 관리 수준이 중국에 비해 훨씬 ‘느슨하다’며 우리도 맞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우리 정부로선 득보다 실이 많다. 다만 정부가 적극 나서 한국 특파원들이 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취재하고 기자증과 비자 발급 절차도 간소화할 것을 중국 측에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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