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량 회사채 투자심리가 얼어붙었음에도 ‘A-’등급 회사채 발행이 잇따르면서 채권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A-등급은 사실상 기관투자가들이 회사채를 담을 수 있는 최저 신용도로 여겨진다. 기관들의 저신용 회사채를 외면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자금 조달과정이 험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콜마는 3년 만기 회사채 1000억원어치를 발행하기 위해 오는 3일 기관들을 상대로 수요예측(사전 청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SK건설(1500억원)과 포스코기술투자(300억원)도 뒤를 이어 이달 중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들 회사의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일곱 번째로 높은 A-다.
냉랭한 회사채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자금 조달과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들과 신용등급이 같은 현대건설기계와 한화건설이 지난달 말 연이어 회사채 투자수요 확보에 실패했다. 1500억원을 모집한 현대건설기계는 5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는 데 그쳤고, 1000억원어치 발행을 계획한 한화건설은 단 한 건의 매수주문도 받지 못했다. AA-등급인 KCC조차 비슷한 시기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을 모두 채우지 못했을 정도로 투자심리가 가라앉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업 실적 악화가 본격화하자 기관들이 비교적 투자위험이 큰 회사채를 담는 것을 꺼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신용위험 확대로 올초 0.58%포인트였던 AA-등급 회사채와 국고채의 금리 격차(3년물 기준)는 지난 1일 1.33%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락 추세가 강해지는 상황에서 굳이 투자 마지노선으로 정해둔 A-등급 회사채를 담는 것은 부담이 크다”며 “나중에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평가손실뿐만 아니라 채권의 처분을 놓고도 곤란한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금리 회사채의 인기가 높았던 소매(리테일) 채권시장 분위기도 예전 같지 않다. 단위 농협과 신협 등 서민금융기관들이 중앙회로부터 A급(A-~A+) 회사채를 담지 말라는 지침을 받으면서 A+등급 이하 회사채 발행시장에서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리테일시장의 핵심 투자자가 모습을 감추자 증권사 소매판매부서에서도 개인투자자에게 쉽게 A-등급 회사채 투자를 권하지 못하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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