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법안 벌써 114건…비용계산 1건뿐

입력 2020-06-03 17:23   수정 2020-06-04 01:33

21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114건의 법안이 쏟아졌지만 상당수는 법 시행에 필요한 재정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발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안 접수 때 함께 제출하도록 한 비용추계서가 첨부된 법안은 단 한 건에 불과했다. 국회가 법안의 타당성과 재원 조달 방법을 검토하지 않은 채 보여주기식 입법 경쟁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안 앞다퉈 쏟아냈지만…

3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 의안 접수가 시작된 지난 1일부터 이날 오후 6시까지 사흘간 총 114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같은 기간 65건이 접수된 20대 국회와 비교하면 49건(57%) 더 많다. 15대 국회는 접수 시작 후 1주일간 0건, 16대 6건, 17대 23건, 18대 11건, 19대 56건의 법안이 접수됐다. 21대 국회의원들이 ‘입법 속도전’에 들어가 초반부터 많은 법안을 쏟아내고 있는 모양새다.

문제는 이 중 상당수가 재정 투입이 필요한 법안임에도 기본적인 비용추계조차 없이 발의됐다는 것이다. 이날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노인 교통비 국고 지원안은 예산 지원이 수반되지만 따로 비용 계산은 돼 있지 않았다. 이명수 미래통합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도 임대료를 인하한 상가건물에 세금을 공제해준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국회 예산정책처에 비용추계요구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갈음했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법상 예산 조치가 수반되는 법안을 발의할 때 비용추계서를 함께 제출해야 하지만 급하게 내다 보니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의된 법안 114건 중 비용추계서가 첨부된 법안은 장제원 통합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장애인법 개정안이 유일하다.

대학등록금 반환 지원과 자영업자 손실보전 등의 내용이 담긴 통합당의 1호 법안도 비용추계가 부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총 대학등록금(14조원 상당)의 약 10%에 정부가 반환을 지원한다고 가정하면 1조4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관련 비용추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영업 중단 등으로 피해를 본 병원과 자영업자 등의 손실을 국고로 보전하는 감염병예방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233개 의료기관에 지급한 손실보전금이 1700억원가량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전체 자영업자로 범위가 넓어질 경우 필요한 예산은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탕·삼탕 법안이 ‘절반’

이전 국회 때 폐기된 법안을 ‘재탕’ ‘삼탕’해 발의한 것도 전체 발의 건수의 절반(51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일 의안과 접수대가 열리자마자 박광온 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사회적 가치법은 19대 국회 때 문재인 대통령이 의원 시절 발의했지만 자동 폐기된 법이다. 박 의원이 재발의한 20대 국회에서도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민법 개정안(일명 구하라법)과 사회서비스원 설립법, 스토킹법 등도 빠르게 재발의됐다. 20대 국회 종료를 18일 앞두고 송석준 통합당 의원이 발의했던 건설기술진흥법 개정안 역시 21대 국회 의안과 업무 첫날 다시 등장했다.

국회가 정밀한 재정추계나 타당성 검토 없이 ‘입법 속도전’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대 국회 1호 법안인 박정 의원의 통일경제특구법과 2호 법안이자 당시 새누리당 1호 법안으로 발의된 빅데이터법, 3호 근로기준법 개정안, 4호 정부조직법 개정안, 5호 교육기본법 모두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대 국회에서만 역대 최대 규모인 1만5002건의 법안이 폐기됐다. 의원 입법 폭증세와 함께 법안 폐기율은 62.2%로 치솟았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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