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전자가 김치 공장을 만들었다고?

입력 2020-06-04 16:14   수정 2020-06-04 19:08


삼성전자와 중소기업계, 김치 생산업체들이 김치 공장 스마트화로 생산 비용을 크게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품질은 물론 심지어 중국산 김치보다도 가격 경쟁에서 우위에 서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마트화 과정에서 ‘양념 소 넣기’설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되면서 생산성도 2배로 올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이후 전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국산 김치 수요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김치 대량 생산 30여년 역사상 첫 자동화

4일 업계에 따르면 풍미식품, 농가식품, 고향식품, 고원식품, 이루심 등 5곳 김치제조업체는 중기중앙회, 삼성전자, 인천김치절임류가공사업협동조합(이하 협동조합) 등과 손잡고 올해 초부터 ‘양념 소 넣기’라는 부분 자동화 설비를 설치하고 스마트 공장을 도입했다. 김치 제조 공정은 배추투입, 절임. 세척, 탈수, 양념혼합, 숙성, 포장 등 과정으로 이뤄지는 데, 가장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양념혼합’작업을 이 설비가 대신 해주게 된 것이다.

배추가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원통형 이 설비 속으로 들어가면 사방 노즐에서 김치 양념이 분사되면서 배춧잎 사이로 구석구석 스며들게 된다. 또 이 설비가 마치 레미콘 설비처럼 계속 회전하기 때문에 양념이 배추 겉과 속에 골고루 버무려지게 된다. 열무김치, 배추김치, 포기김치, 맛김치 등 종류별로 모두 적용이 가능하다. 이 설비 개발에 참여한 정영배 세계김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보통 양념혼합 작업에 필요한 인력이 16명인 데, 이 설비로 3~4명 수준으로 줄게 됐다”며 “김치 상용화 30여년 역사상 첫 부분 자동화가 이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구소가 3년여간 연구 끝에 개발한 이 장치는 작년 협동조합에 기술 이전됐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기중앙회가 5곳 업체를 선정해 이 장치 도입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했고, 삼성전자는 이 설비에 필요한 정보기술(IT)기술을 입혀 추가적인 스마트화가 가능하도록 도왔다.

업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김치 공정에서 가장 노동력이 투입되는 양념혼합 공정의 투입 인력과 소요 시간이 절반이상 줄면서 생산성이 2~3배 올라간데다 여유 인력을 보다 생산적인 분야에 투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김치은 농가식품 사장은 “사람이 장시간 양념 혼합 노동에 투입되다보면 가끔 스트레스를 받아 배추 조직을 상하게 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이 설비를 사용하면 배추가 전혀 상하지 않고 유지돼 더 맛이 더 좋아졌다”며 “현재 이 설비 도입을 기다리는 업체만 40여곳에 달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기술진 상주하며 컨설팅



국내 3위 김치제조업체인 한성식품의 경우 이 설비 도입 없이 삼성전자의 코치만으로 생산성이 2배 올라간 사례다.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중기부와 매년 100억원씩 5년간 1000억원을 조성해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구축사업을 지원하고 있다.현재까지 지원한 중소기업만 2000여곳이 넘는다. 한성기업이 이물질 제거 개선, 생산성 및 물류 향상 등의 도움을 요청하자 삼성전자 기술 인력들이 현지에 상주하면서 해법을 제시했다. 삼성은 먼저 배추가 옮겨지는 컨베이어벨트 끝부분에 에어블로어(송풍기)를 달아 재료의 낙하와 이탈을 막고, 이물질이 자동으로 제거되도록 했다. 또 별도의 역회전 컨베이어벨트를 설치해 무 껍질이나 흙 등의 쓰레기가 곧바로 폐기장으로 배출되게 했다. 주재료인 무와 쓰레기인 껍질 등의 동선을 분리함으로써 이물질이 유입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포장과 물류 공정도 대폭 단순화시켜, 포장 공정에 있던 17명의 인원 중 15명이 생산라인에 투입되도록 했다. 한성식품의 품질은 70%상승되고 하루 생산량은 기존 80t에서 170t으로 2배 이상 높아졌다.

식품업계 중 유일하게 100%수작업으로 이뤄지던 김치제조 공장이 스마트화되자 생산성이 높아지고 생산량도 예측할 수 있게 돼 내수 공급과 수출에 유리해졌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사람 손에 너무 의존하다보니 근로자의 컨디션에 따라 공정 속도가 달라져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 한 김치업체 사장은 “과거엔 주문 물량이 몰리면 가족을 동원해 공장에 투입해야했지만 이제 그럴 염려가 사라졌다”고 했다. 일본 뿐만 아니라 프랑스,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급증하는 해외 수요에 대응도 가능해졌다. 코로나19 사태로 면역력에 좋은 발효식품으로서 김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지난 4월 김치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30%이상 급증했다. 스마트공장 도입에 따른 비용절감으로 제조 원가가 내려가 그동안 국내 식당을 점령했던 중국산 김치와 가격 경쟁도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김치공장의 변신에 젊은층의 구직도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업계 중에서 유일하게 100%수작업으로 이뤄지다보니 노동강도가 높아 젊은 층이 기피하고 50~60대 연령층이 일하는 기업이었다”며 “김치 공장의 스마트화로 젊은층이 찾는 직장이 됐다”고 전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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