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고객에 집착·극단적 혁신…베이조스의 '끝장 경영'

입력 2020-06-04 18:13   수정 2020-06-05 02:0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많은 글로벌 기업의 매출이 곤두박칠쳤다. 위기경영을 선포하고 비상체제에 들어간 기업도 많다. 아마존은 그렇지 않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한 765억달러(약 93조원)를 기록했다. 1초에 1만달러씩 벌어들인 셈이다. 주가도 연초 대비 약 30% 올랐다.

아마존은 코로나 시대에도 승승장구하며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995년 온라인으로 책을 판매하는 스타트업에서 시작한 아마존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로 성장했고 최첨단 물류센터와 드론을 갖춘 운송업체, 27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플랫폼 기업, 세계 최대의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을 가진 정보기술(IT) 기업, 우주 여행을 위한 로켓을 개발하는 우주 기업이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디어, 가전, 금융과 헬스케어까지 전방위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 편집자이자 저널리스트인 브라이언 두메인은 저서 《베조노믹스》에서 지칠 줄 모르는 공룡처럼 커져가는 아마존과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이조스(사진)의 성공 근원을 추적한다. 그는 2년 동안 100여 명의 아마존 전·현직 임원과 직원을 인터뷰하고 아마존 물류창고의 첨단 배송시스템을 돌아봤다.

두메인이 이름 붙인 베조노믹스는 베이조스가 아마존에 구축한 경영 패러다임이다. 저자에 따르면 베조노믹스의 3대 기본원칙은 소비자를 향한 집착, 극단적 혁신, 장기적 사고다. 이 중 핵심은 소비자다. 아마존은 어떤 방식으로든 비용 절감을 이뤄내 아마존 사이트 방문자를 늘린다. 이러면 사이트 트래픽이 증가하고, 입점을 원하는 판매자가 많아진다. 그 결과 아마존 매출은 증가한다. 매출 증가는 소비자를 위한 가격 인하에 도움이 되고, 이는 다시 더 많은 소비자와 판매자 유치로 이어진다. 이런 시스템은 아마존의 핵심 가치를 구현하는 개념상의 성장 엔진인 ‘플라이휠(fly wheel)’이란 모델을 완성시켰다. 플라이휠은 일종의 상상 속 바퀴로 처음 돌리기는 힘들지만 가속도가 붙으면 엄청난 속도로 돌게 된다.

베조노믹스의 두 번째 축인 ‘극단적 혁신’을 이끈 힘으로 저자는 ‘식스페이저’라는 악명 높은 보고서를 꼽는다. 여섯 장의 문서인 식스페이저를 정확하게 작성하려면 모든 팀원은 프로젝트에 필요한 주요 정보를 확보해야 한다. 발표 자료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거나 발표 내용이 데이터에 바탕을 두지 않았을 때 베이조스는 분노를 폭발하거나 미치광이처럼 직원을 공격한다. 아마존 프라임, 음성인식 인공지증(AI) 알렉사,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 등 성공적인 혁신 사례는 이런 식스페이저 단계에서 벌어진 맹렬한 공격과 치열한 토론 끝에 살아남은 것이다. 저자는 “아마존에서는 진실이 승리하며 그 진실은 데이터”라며 “베이조스는 소비자의 불편함을 없애기 위한 모든 진실(데이터)을 찾아내기 위해 아마존 전 직원에게 건전한 논쟁을 끝없이 장려한다”고 말한다.

베조노믹스의 마지막 축은 ‘장기적 사고’다. 베이조스는 경영 방침으로 단기적 수익보다는 현금 흐름을 개선하고 시장점유율을 올리는 걸 우선시했다. 이를 통해 20여 년 동안 엄청난 수익을 창출했지만 베이조스는 현금자산의 많은 부분을 주주에게 돌려주지 않았다. 대신 사업을 확장하고,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우수 직원을 고용하는 데 썼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언제나 새로운 기술과 사업에 투자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년의 기다림도 감수했다. 베이조스가 이런 장기적 사고를 아마존에 주입한 것은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서였다. 저자는 “베이조스는 직원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생각하게 되면 그들이 열정을 쏟는 분야에 변화가 일어나고, 주변을 바라보는 능력도 개선된다고 믿는다”고 설명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는 아마존이 한국 시장을 공략한다면 국내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저자는 “아마존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하라”고 주문한다. 그는 아마존에 맞서 미래 승자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크레이트앤드배럴, 윌리엄스소노마, 라슈몽 등의 기업을 사례로 든다. 또 “아마존과 경쟁하려면 기술적 전문성, 즉 ‘알고리즘의 왕’이라는 사고방식을 가진 기술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미래 경제질서는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베조노믹스를 구현하려는 기업과 현재에 머물러 있는 기업으로 양분될 것”이라며 “기술적 우월성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독특한 경영 브랜드를 개발하지 못하는 기업에는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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