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자취를 거의 감췄던 공모 메자닌이 올해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일반 회사채 발행 문턱을 대폭 끌어올린 영향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현대로템과 한진칼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각각 2400억원과 3000억원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공모 발행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작년 한 해 건당 1000억원 이상 메자닌 발행이 전무했던 데서 오랜만에 보는 대규모 발행입니다.
CB와 BW는 미리 정해둔 가격에 투자금액을 주식으로 바꾸거나, 새 주식을 매수할 권리를 갖는 회사채인데요.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지닙니다. 이탈리아어로 건물 1층과 2층 사이 공간을 뜻하는 메자닌(Mezzanine)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동안 우량한 신용을 갖춘 국내 10대그룹 계열사의 메자닌 발행은 상당히 드물었습니다. 낮은 이자비용에 일반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데 굳이 지분가치를 희석하는 자금 조달 방식을 선택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발행한 공모 메자닌은 가장 규모가 컸던 풀무원의 700억원어치 CB를 제외하면 모두 소액의 투자부적격 상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현대로템과 한진칼의 신용등급은 각각 ‘BBB+’와 ‘BBB’로 낮은 편입니다. 작년 같았으면 기관투자가들의 수요를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투자자들에게 자사 주식으로 차익을 챙길 수 있는 다른 ‘당근’을 제시해야지만 저렴한 이자로 현금을 구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한 것입니다.
메자닌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은 그동안 대규모 공모 발행 부진으로 다양한 투자 기회를 얻지 못했는데요. 그만큼 올해 대기업그룹 계열사들의 발행은 큰 관심을 모을 전망입니다.
위기 때 발행하는 메자닌은 때때로 큰 수익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기아차가 발행한 BW였는데요. 주가가 폭등하면서 2년 만에 10배 수익을 내기도 했습니다. 2008년 발행한 하이닉스 CB도 2011년 한 때 주가가 전환가액의 대비 두 배 정도까지 상승했습니다.
물론 기아차와 하이닉스 사례는 흔치 않습니다. 전문적인 메자닌 투자회사들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원리금 상환에만 만족해야 하는 상품이 훨씬 많았습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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