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잎이 휘날리는 전선의 달밤~' 휴전협상 때 만들어 군가보다 더 부른 노래

입력 2020-06-05 16:50   수정 2020-06-06 01:34

‘전선야곡’은 6·25전쟁(1950년 6월 25일~1953년 7월 27일) 휴전협상 기간에 탄생한 전쟁 대중가요다. 1951년 7월 8일부터 1953년 7월 27일까지 지속된 휴전협정은 정규회합 159회와 수시회합 500여 회로 이어졌다. 판문점에서 협상이 이뤄지는 동안 전선에서는 포탄과 총탄이 천둥처럼 쿵쾅거렸다. 이 곡은 60만 대군의 불멸의 보초가(步哨歌)이며, 고향에 두고 온 부모님을 그리면서 전쟁터에서 군가보다 더 많이 부른 가요다.

‘가랑잎이 휘날리는 전선의 달밤/ 소리 없이 내리는 이슬도 차가운데/ 단잠을 못 이루고 돌아눕는 귓가에/ 장부의 길 일러 주신 어머님의 목소리/ 아~ 그 목소리 그리워// 들려오는 총소리를 자장가 삼아~’(가사 일부)

이 노래는 1951년 대구 오리엔트레코드에서 박시춘이 제목을 먼저 정하고, 멜로디를 구상하면서 작사가 유호에게 노랫말을 부탁했다. 박시춘은 가수 남인수의 목청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때 오리엔트레코드 사장 이병주(1917~? 대구 출생)가 찾아가서 박시춘에게 신세영을 추천한다. 이리하여 절창 ‘전선야곡’이 신세영의 입을 통해 세상에 울려 퍼진다. 노래를 부를 가수가 바뀐 순간이다. 노래와 가수도 연분(緣分)이 있다.

당시 25세의 본명 정정수, 신세영은 1926년 동래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다. 그는 해방 직전 일본군에 강제 징집돼 만주 봉천 등 전투에 투입됐다고 한다. 그러던 중 B-29기의 폭격을 받아 피투성이로 병원에 이송됐다가 일본의 패망소식을 접하고 귀국했단다. 이후 1947년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오리엔트레코드 주최 콩쿠르에서 입상한 뒤 전속가수가 된다. 예명 신세영은 당시 유명가수였던 신카나리아, 장세정, 이난영의 이름을 신(申)·세(世)·영(影) 한 자씩 따서 붙인 것이다. 이후 1948년 ‘로맨스 항로’로 데뷔했는데 해방 이후 현인, 남인수 등과 같이 직업가수로 등록한 대중가수다. 이후 1951년 이 노래를 받아 취입한 날, 그의 어머니가 운명했다. 그는 1981년 미국에 이민 갔다가 2004년 귀국해 2010년 향년 84세로 유명을 달리했다. 2010년은 연예인 큰 별이 많이 졌다. 코미디언 배삼룡, 원로 작곡가 박춘석, 원맨쇼 맨 백남봉, 가수 백설희 등이 하늘로 떠났다. 신세영(정정수)은 가수 태일(정태진)의 아버지다.

작곡가 박시춘은 본명이 박순동이다. 시춘(是春)은 ‘언제나 봄날’이라는 의미로 1930년을 전후해 서울 아리랑가무단 멤버로 활동할 당시 이 악단의 연출 홍개명(영화감독)이 지어준 예명이다. 그는 1913년 밀양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아버지 박남포(본명 박원거)는 밀양에서 기생 권번(卷番)을 운영했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당대의 명창 송만갑·이동백·김창룡·이화중선 등의 창(唱)과 노랫가락, 판소리 속에서 철이 들었다. 그가 남긴 대표 작곡들은 ‘애수의 소야곡’ ‘가거라 38선’ ‘비 내리는 고모령’ ‘신라의 달밤’ ‘낭랑 십팔세’ ‘굳세어라 금순아’ ‘이별의 부산정거장’ 등이다.

1996년 향년 84세로 이승을 등진 그에게는 친일(親日)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태평양전쟁 시기 지원병 참전을 독려한 ‘혈서지원’ ‘아들의 혈서’ ‘결사대의 안해’ 등의 노래를 작곡한 이력 탓이다.

유차영 < 한국콜마 전무·여주아카데미 운영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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