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마디에 'LG의인상' 시작됐다

입력 2020-06-05 17:44   수정 2020-06-06 00:32

LG복지재단은 사고로 불길에 휩싸인 차량에 갇힌 운전자를 구한 최철호 씨에게 지난 4일 LG의인상을 수여했다. 122번째 수상자였다. 이 재단은 2015년부터 수시로 사회에 귀감이 되는 시민을 선정해 LG의인상과 상금을 전하고 있다. 대기업이 시민의 선행을 포상해주는 대표적인 상으로 꼽힌다. LG의인상 제정은 5년 전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의정부의 한 화재사건에서 용감하게 사람들을 구조한 한 시민에게 개인적으로 사례하려던 일에서 비롯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5일 LG에 따르면 구 회장은 2015년 1월 한 직원을 불러 현금이 든 봉투를 건넸다. 경기 의정부에 사는 이승선 씨에게 전해주고 오라고 당부했다. 구 회장과 이씨는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지금은 고인이 된 구 회장이 사례하려던 이유는 이씨가 타인의 목숨을 구했기 때문이었다. 간판 시공업자인 이씨는 의정부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사고가 일어나자 밧줄을 이용해 탈출하지 못한 시민 10명을 혼자서 구해냈다. 당시 언론은 그를 ‘동아줄 의인’으로 불렀다. 이씨의 주소를 수소문해 찾아간 직원은 그를 만나긴 했지만, 한사코 거절해 봉투를 전하지는 못했다. 이씨는 “그런 건 됐고 술이나 한잔 사쇼”라고 했다. 두 사람은 인근 고깃집에서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LG그룹 직원은 며칠 뒤 다시 이씨를 찾아갔지만 이씨는 또 손사래를 쳤다. 오히려 “지난번에 얻어먹었으니 이번엔 내가 사겠다”며 직원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했다.

이 일화를 듣고 감동한 구 회장은 당시 대표를 맡고 있던 LG복지재단에 의인상을 제정하자고 제안했다. 타인을 위해 희생한 의인들을 공식적으로 포상하자는 취지였다. LG의인상은 이렇게 시작됐다.

LG그룹의 한 임원은 “고인은 의인의 선행을 널리 알리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LG복지재단은 그해 9월부터 LG의인상 수상자를 선정하기 시작했다. 2015년에만 정연승 특수전사령부 상사, 이기태 경북 경주경찰서 내동파출소 경감, 이병곤 평택소방서 포승안전센터장에게 의인상을 수여했다. 지난해에는 구 회장이 생전에 LG복지재단 등 공익재단에 사재 50억원을 기부한 사실이 이사회 회의록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고인의 유지는 계승돼 발전하고 있다.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2018년부터는 타인의 목숨을 구한 의인은 물론 사회에 귀감이 될 만한 봉사와 선행을 한 시민들로 대상을 넓혀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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