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의 대만 정치인 한궈위…친중낙인에 '한류' 꺼져

입력 2020-06-06 19:51   수정 2020-06-06 19:53

대만 정치사에서 극적인 성공 스토리로 유명한 한궈위(韓國瑜) 가오슝 시장에 대한 유권자의 반응은 냉담했다. '친중'이라는 이미지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한때 대만 정계를 뜨겁게 달군 한궈위 열풍인 '한류'도 완전히 사그라들었다.

6일 중앙통신사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이날 진행된 가오슝 시장 탄핵 여부를 묻는 소환 투표에서 탄핵안이 통과됐다. 대만 관계 법령상 소환 투표에서 파면 찬성이 반대보다 많고, 파면 찬성자가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을 넘으면 해당 지차체장은 탄핵된다.

가오슝시의 유권자는 228만여명으로 최소 기준은 4분의 1인 57만4996명이었다. 이날 오후 5시24분(현시지간) 현재 개표율이 85.7%를 기록 중인 가운데 77만8143명이 탄핵에 찬성표를 던져 탄핵 기준을 훌쩍 넘겼다. 반대표는 2만1118표에 그쳤다.

이날 파면안이 가결됨에 따라 한 시장은 대만 역사상 처음으로 유권자들에게 중도 소환된 첫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정치 인생에서 치명상을 입게 돼 사실상 재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궈위는 대만 정치권에서 이단아 같은 독특한 스타일의 정치인이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대만인 사이에 인지도가 거의 없었는데 2018년 11월 치러진 대만 지방선거에서 정계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현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20년 텃밭인 가오슝 시장 선거에서 예상을 뒤집고 승리하면서 일거에 야당인 중국국민당(국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한 필승 카드로 떠올랐다.

깊은 전략이 부재한 포퓰리즘 정치인이라는 비난 속에서도 한궈위는 대중의 감성에 호소하는 쉽고 간결한 정치적 메시지를 앞세워 기성 정치인들에게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마음을 샀다.

소탈하고 친근한 이웃 아저씨 같은 이미지도 한 시장이 가진 강력한 무기였다. 2018년 여름 가오슝에 폭우가 내렸을 때 홀로 우산을 든 채 양복바지를 걷어 올리고 침수 현장을 다니며 주민들을 위로한 모습은 대중들에게 큰 호감을 불러일으켰다.

당내 기반이 극도로 취약했지만, 한궈위는 작년 대중적 인기를 등에 업고 대만 최고 부호 궈타이밍을 제치고 국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중국에서는 한궈위가 인기가 크게 떨어진 차이잉원 총통을 제치고 다음 총통부의 주인이 될 것이라고도 예상됐다.

하지만 대만 대선에 영향력이 큰 '중국 변수'가 결국 그의 발목을 잡았다. 작년 6월부터 본격화한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계기로 대만에서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강요하는 중국에 대한 반감이 급속히 고조됐다. 외부 요소 외에도 한 시장의 '기행'에 가까운 언행 등 후보의 자질 문제도 자주 도마 위에 올랐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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