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 파도' 기획한 이성호 대표 "실제 같은 파도 영상…코로나 블루 씻으세요"

입력 2020-06-09 17:57   수정 2020-06-10 10:35


‘서울 한복판에 파도가…!’

요즘 서울 삼성동에선 30분마다 한 번씩 1분 동안 거대한 파도가 휘몰아친다. SM타운 코엑스 아티움 건물 앞에 있는 ‘ㄱ’자 모양의 대형 LED 전광판을 통해서다. 광고가 나오는 시간엔 여느 전광판과 마찬가지로 시민들의 주목을 끌지 못한다. 하지만 매일 오전 6시부터 밤 12시까지, 손목 위 분침이 정각과 30분을 가리키면 전광판 앞을 지나치던 행인들은 흠칫 놀라며 시선을 빼앗기곤 한다. 마스크 착용의 답답함이 일상이 되고 있는 요즘, 시민들은 서울 한복판에서 느낄 수 있는 파도의 청량감을 담기 위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최근 SNS와 외신을 통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공공 미디어 아트 ‘WAVE’ 이야기다. 가로 81m, 세로 20m 크기(농구장 4개 면적)의 대형 전광판은 CJ파워캐스트가 2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는데,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 제작사 d’strict(디스트릭트)가 만든 공공 미디어 예술 WAVE가 나오면서 세계인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디스트릭트의 공식 유튜브 영상은 지난달 13일 업로드된 이후 9일 현재 101만회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박리다매 거부…WAVE는 시작일 뿐”

이성호 디스트릭트 대표(40)는 지난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크리에이터(콘텐츠 제작자)의 열정을 존중하는 회사 문화와 경영 철학이 WAVE라는 좋은 결실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콘텐츠 제작사들은 박리다매 방식으로 염가의 프로젝트를 여러 개 수주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이같은 방식에선 예술적 완성도를 지향하는 최고급 크리에이터들의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눈앞의 이익만 따지면 박리다매 방식이 맞다”면서도 “박리다매 방식을 거부했기 때문에 최고급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었고, 장기적 성장의 발판이 됐다”고 말했다.

디스트릭트의 이 같은 경영철학은 회사 이름에도 드러난다. d’strict는 ‘디자인(design)’의 첫 글자 d와 ‘엄격하다’는 의미의 영어 ‘strictly’를 조합한 이름이다. ‘엄격하게 디자인하라’는 의미로, 이 대표는 “엄격할 수 없는 박리다매형 경영은 애당초 디스트릭트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셈”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WAVE 제작 계기를 묻는 질문에 “경영 다각화를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디스트릭트는 테마파크, 호텔 등 다양한 고객의 의뢰를 받아 콘텐츠를 제작했는데, 일회성 프로젝트만으로는 회사 성장에 한계가 뚜렷했다”며 “WAVE와 같은 고품질 무드 콘텐츠(광고가 아닌 예술 콘텐츠)를 만들어 여러 업체와 라이선싱 계약을 하면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라이선싱을 위한 첫 작품인 WAVE가 호평을 받으면서 글로벌 명품업체 등 전 세계에서 협업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대체복무로 시작해 대표이사까지

2006년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 대표는 1년 동안 국내 대형 회계법인에서 일하다 2007년 디스트릭트와 첫 인연을 맺었다. 정식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것이 아니었다. 병역 대체복무지로 우연히 일하기 시작했던 것이 전부였다. 대체복무 기간이 끝나가던 2009년, 그는 선택해야 했다. 고연봉의 안정적 직장인 회계법인으로 돌아갈지, 디스트릭트에 남을지.

결론적으로 이 대표는 회사에 남았다. 그는 “원래 다니던 회계법인에 비해선 규모도 작고 유명하지도 않은 회사였지만 젊은 나이에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2009년에 아이폰이 처음 나오기도 했고,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다”며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내려는 회사 동료들과 함께라면 언젠가 분명 빛을 발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회사에 남았다”고 했다. 디스트릭트에서 일한 지 10년 째가 되던 2016년, 그는 대표이사에 올랐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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