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AI 모르는 은행원, 별 못 답니다"

입력 2020-06-09 17:40   수정 2020-10-08 18:46


산업은행이 올해부터 모든 직원의 국내 연수 프로그램을 데이터사이언스 학위 과정으로 교체했다. 과거 인기 코스이던 경영학석사(MBA) 연수는 사실상 선택지에서 사라졌다. 산업은행은 안정적인 국책은행이지만 “직원들의 IT 역량을 높이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이동걸 산은 회장)는 절박함은 시중은행과 다르지 않다.

전통 금융회사들이 디지털 전문가 양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IT기업의 ‘금융권 공습’이 거세지면서 금융맨도 디지털 DNA가 필수인 시대로 바뀌고 있다.

신한금융은 5년간 4000여 명의 디지털·IT 전문인력을 뽑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디지털금융 부문을 ‘은행 안의 은행’ 조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하나금융은 지난 5일 인천 청라에 디지털 교육기관인 DT유니버시티를 열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프로그래밍 등을 가르쳐 모든 임직원을 IT 전문가로 양성한다는 게 목표다.

조직문화를 IT기업처럼 바꾸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한화그룹 금융계열사(생명 손해보험 투자증권 자산운용)들은 직원을 평가할 때 적용하던 기존 핵심성과지표(KPI)를 올 들어 모두 폐기했다. 대신 구글이 사용하는 성과관리 체계인 ‘OKR(objective & key results)’을 도입했다. 재무적 성과를 중시하는 KPI와 달리 방향성과 목표 달성 수단에 방점을 두는 방식이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AI 은행원'이 상담서 대출까지…일기예보처럼 내일 증시도 예측

한국인이 스마트폰으로 가장 많이 쓰는 금융 앱은 무엇일까. 1위는 삼성전자의 간편결제 앱 ‘삼성페이’(월 1349만 명), 2위는 핀테크 벤처기업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842만 명), 3위는 카카오의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683만 명)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정보기술(IT) 기반 기업이 내놓은 3대 앱이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 등 대형 은행의 스마트뱅킹을 모두 앞질렀다. 은행 관계자들은 “5대 금융지주끼리 ‘리딩 뱅크’ 경쟁을 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권의 화두는 ‘핀테크’에서 ‘테크핀’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핀테크가 전통 금융회사 주도의 IT 혁신에 방점이 찍힌 단어라면, 테크핀은 IT 기업이 이끄는 금융 혁신을 강조한 용어다. 이젠 기술(technology)이 금융(finance)보다 먼저라는 것이다.

핀테크 넘어 테크핀 시대

한국 금융은 다른 어느 업종보다 보수적인 곳으로 유명했다. 정부가 모든 것에 간섭하는 ‘관치금융’ 체제에서 금융사들은 비슷한 상품, 비슷한 전략으로 겨뤘다. 하지만 테크핀 열풍이 시장의 판을 흔들면서 전통 금융사들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당장 은행 창구 풍경부터 바뀌고 있다. 부산은행은 올초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와 협약을 맺고 ‘디지털 플래그십 지점’ 구축에 나섰다. 은행 창구 직원들의 단말기도 데스크톱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태블릿PC인 서피스 프로(Surface Pro)로 교체해 상품 가입, 전자서명 등 셀프뱅킹 서비스 편의성을 높였다. 캐롯손해보험도 올해 초 국내 금융사 최초로 전사 IT 시스템을 MS 클라우드 플랫폼인 ‘애저’에서 운영한다.

신한금융에서는 조만간 내일의 증시 상황을 일기예보처럼 예측하는 서비스가 등장한다. 지난해 9월 금융권 최초로 출범한 인공지능(AI) 투자자문사 신한AI가 개발 중인 기술이다.

한화그룹 금융 계열사(생명·손해보험·투자증권·자산운용)들은 올 들어 구글이 사용하는 성과관리 체계인 ‘OKR(Objective & Key Results)’을 도입했다. 기존 핵심성과지표(KPI)는 1년 단위로 결과물을 평가하는 톱다운(상명하달) 방식이었다. 반면 OKR은 주간 단위로 목표를 수립하고 민첩하게 이행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제도다.

하나금융은 디지털 영업 비중을 전체의 4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국민은행은 올해부터 IT 부문 예산에 연간 한도를 없앴다. 필요한 기술을 발견하면 아낌없이 투자하기 위해서다. 국내 금융권에선 생소한 풍경이지만, 조직문화를 바꾸려면 일하는 방식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절박함’이 반영됐다. 대형 금융사 관계자는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이 설립한 금융 계열사로 이직을 고민하는 주니어급이 늘어나는 점도 고민”이라고 했다.

대형 금융사 독점체제 허물어져

금융당국은 혁신금융서비스(금융부문의 규제 샌드박스),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등의 제도를 잇따라 도입해 전통 금융사의 ‘기득권’을 흔들고 있다. “IT 기업에만 유리한 역차별”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마이데이터는 소비자가 여러 금융사에 흩어진 금융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로 올 8월 시행 예정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마이데이터 사업 수요 조사를 벌인 결과 116개 기업이 진출 의사를 밝혔다. 세 곳 중 한 곳(41개)은 포털, 소프트웨어, 보안 등 비금융회사였다.

규제 샌드박스는 참신한 신사업에 금융 관련 각종 규제를 면제해 주는 제도로, 지난해 4월 이후 총 102건이 지정됐다. 핀테크 기업이 54건을 차지해 기존 금융회사(39건)보다 규제 완화의 혜택을 더 많이 누렸다.

오픈뱅킹은 어떤 금융 앱이든 하나만 깔면 모든 은행의 계좌를 조회·이체할 수 있는 서비스로 지난해 10월 가동됐다. 시행 두 달 만에 가입자 1000만 명, 등록 계좌 수는 2000만 개를 돌파했다.

금융의 디지털화는 지점 수 등에서 열세였던 지방·저축은행 등의 경쟁력도 높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스마트폰으로만 영업하는 ‘사이다뱅크’를 선보여 가입자 30만 명, 예금 1조원 이상을 끌어모았다.

임현우/김대훈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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