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꿀잠 비즈니스

입력 2020-06-10 18:03   수정 2020-06-11 00:21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내 인생의 중요한 실수들은 모두 내가 피곤할 때 저질렀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자신의 스캔들을 두고 한 말이든 아니든, 충분한 수면으로 풀지 못한 피로가 사고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스페인의 문호 세르반테스는 “수면은 모든 문제를 치유하는 가장 좋은 약”이라고 했다.

‘꿀잠’은 학업에 지친 학생,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직장인, 새벽잠이 줄어든 노인 등 모든 이의 공통된 로망이다. 주중에 못잔 잠을 밀린 숙제 하듯 주말에 몰아서 잔다는 사람도 있지만 정답이 아니다. 잠자는 시간보다 얼마나 숙면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은 상식이다. 니시노 세이지 미 스탠퍼드대 수면생체리듬연구소장은 ‘황금시간 90분 법칙’을 강조한다. 잠자리에 든 직후 90분간 얼마나 빠르게, 깊이 잠에 빠져드느냐가 수면의 질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수면은 생산성을 좌우하기도 한다. 수면이 사람의 집중력과 창의력, 통찰력, 학습능력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회사 업무와 중요 의사결정에 다시 영향을 준다. 그래서 글로벌 기업들은 직원의 수면관리에 상당한 투자를 한다. 아마존은 직원들에게 하루 8시간 수면을 권장하고, 골드만삭스와 맥킨지는 수면전문가를 고용해 직원을 컨설팅해준다.

아쉽게도 한국인의 수면시간은 하루 평균 7시간41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8시간22분보다 40여 분 짧다. 수면장애로 치료받은 환자도 약 57만 명(2018년)에 달하고 해마다 증가세다. 국내에서 ‘꿀잠 비즈니스’가 부상하는 이유다. 숙면을 돕는 베개 매트리스 등 전통 수면제품부터 수면캡슐·전동침대 같은 아이디어 상품, 수면카페 등 숙면공간 서비스, 숙면 음료, 스트레스 해소와 꿀잠을 위한 호흡법 강좌, 숙면을 돕는 스마트폰 앱 등 다양하다. 백색소음, 자율감각쾌락반응(ASMR)을 들으며 잠을 청하는 이들도 많다. 국내 슬리포노믹스(sleep+economics·숙면 관련 산업) 시장은 3조원대로, 일본의 3분의 1 정도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일상생활의 위험이 커진다. 17~19시간 깨어 있을 때 업무 역량은 음주단속 기준을 초과한 혈중 알코올농도 0.05%인 상태와 같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거꾸로 10~30분 정도의 짧은 낮잠은 최대 2시간반까지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세계 정상들도 낮잠을 많이 잔다. 어제 일부 지역에 첫 열대야 및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코로나 면역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무더위 속 쾌면(快眠)이 꼭 필요하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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