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10% 이자까지 달라는 펀드 피해자들

입력 2020-06-11 18:04   수정 2020-06-12 00:11

11일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앞. 디스커버리 펀드 투자 피해자들이 몰려들었다. 이날 오후 이 펀드의 투자 피해자에 대한 보상 여부를 결정하는 이사회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국책은행의 불법적 사기행각에 책임을 묻고 국민적 신뢰를 바로 세우라고 요구하기 위해 모였다”며 “책임의 출발은 사기 판매 피해자에 대한 계약을 무효로 하고 원금을 보장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종원 행장을 즉각 파면하라”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이 이날 발언 수위를 높인 것은 최근 윤 행장과의 합의가 불발됐기 때문이다. 윤 행장은 지난 8일 피해자들과 대면 협상에 나섰다. 은행장이 펀드 투자 피해자를 직접 만나 논의하는 첫 사례여서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양측은 견해차만 확인한 채 협상장을 떠났다. 윤 행장 측은 “필요하다면 다시 만나겠다”며 재협상 기회만 열어뒀다.

양측의 만남이 소득 없이 끝난 것은 피해자 측의 과도한 요구도 한몫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은행은 이사회에서 이들에게 투자 원금의 50%를 선지급하기로 확정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투자 금액의 110%를 지급할 것을 주장했다. 원금에 10%의 이자를 붙여 돌려달라는 주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불완전 판매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고 원금의 50%를 선지급하는 것은 업계 관행으로 보면 이미 파격적인 수준”이라며 “아무리 협상을 고려해 우선 금액을 높여 부르는 것이라고 해도 이자까지 달라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이날 열리는 이사회에도 들어가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은행 측이 난색을 보이자 참관을 강행하겠다는 뜻까지 내비쳤다. 이사회는 갈등 끝에 비공개로 치러졌다. 회사 안건을 비밀리에 논의하는 이사회에 외부인이 참여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WM(자산관리) 담당 임원들에게 파면 등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요구안에 담았다.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판매사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당연하다. 은행도 불완전 판매에는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투자 피해자들의 요구가 점점 상식선을 넘어서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은행권도 할 말이 있지만 큰소리는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 금리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 펀드 등 대규모 손실 사태의 ‘원죄’ 때문이다. 올해 초 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이 펀드 판매 책임으로 중징계를 받아 은행 입지가 더 좁아졌다는 게 업계 얘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 명목으로 ‘은행 때리기’를 이어가면서 ‘투자자 자기 책임의 원칙’은 완전히 빛이 바랬다”며 “은행은 투명하게 상품의 위험을 고지하고 투자자도 자신의 투자에 책임을 지는 성숙한 문화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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