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 규제 풀자 '펄펄'…3년 만에 수입맥주 꺾었다

입력 2020-06-14 17:08   수정 2020-06-15 15:46


올 상반기 최고 화제의 맥주는 ‘곰표 밀맥주’다. 편의점 CU가 대한제분과 손잡고 단독 출시한 곰표 밀맥주는 3일 만에 초도 생산물량 10만 개가 완판됐다. 1주일 만에 누적 판매량은 30만 개를 넘어섰다. CU에서 수제맥주를 출시한 지 3년 만에 최고 실적이다.

흥행의 핵심 요인은 가격이다. ‘4캔 1만원’이라는 ‘착한 가격’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부추겼다. 이 맥주의 제조사는 소형 양조장인 세븐브로이. 주세법 개정 전이었다면 1캔당 5000~6000원이었을 가격을 세금 인하 덕분에 수입맥주 프로모션 가격으로 맞출 수 있었다.

1병 2만원 프리미엄 맥주도 ‘완판’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600억원대다. 아직 전체 맥주 시장의 약 1.5%에 그치지만 성장세는 가파르다. 2013년 이후 매년 30~40% 성장하고 있다. 주세법 개정 이후 활기를 띠면서 5년 뒤 약 4000억원대로 커질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편의점과 마트에서는 수제맥주의 약진에 힘입어 올 들어 국산맥주 점유율이 수입맥주를 제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소형 양조장 수도 5월 말 현재 151개로 전년 같은 때(114개)보다 34% 증가했다.

그동안 국내 맥주시장은 대기업과 수입 맥주회사에 유리하게 조성돼 있었다. 원가를 기준으로 세금이 매겨지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가능한 대기업과 원가를 낮게 신고할 수 있는 수입업체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원료를 다양하게 사용하거나 병과 라벨 등의 디자인을 특별하게 만들면 원가가 높아지는 구조여서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는 수제맥주에 불리했다.

그러나 올초 주세가 종량세로 바뀌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수제맥주에 대한 세금이 낮아지면서 다양한 제품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핸드앤몰트의 ‘마왕 임페리얼 스타우트’, 세븐브로이 ‘엠버 에일’, 플리티넘비어 ‘대한IPA’, 플레이그라운드 ‘루비세종’ 등의 수제맥주들이 출시됐다.

새로운 실험도 늘었다. 제주맥주는 위스키 브랜드 하일랜드파크와 협업으로 ‘제주맥주 임페리얼 스타우트’를 제조, 사전 예약으로 팔았다. 최상급 싱글몰트 위스키 12년산을 숙성했던 오크통에 제주맥주의 흑맥주를 11개월 숙성시키는 ‘배럴 에이징 양조 기법’을 썼다. 가격은 1병에 2만원. 고가임에도 3일 만에 3000병이 사전 예약으로 완판됐다.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는 “한국에서 시도하지 못했던 프리미엄 맥주가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켰다”고 말했다.

중국서 유턴하는 수제맥주 업체 등장

제품이 다양해지고, 가격이 낮아지자 소비자들이 응답했다. CU 편의점에서 국산맥주 판매 비중은 4월 말 현재 50.5%로 수입맥주(49.5%)를 제쳤다. 3년 만의 역전이다. 이마트에서도 지난해 40%까지 떨어졌던 국산맥주 점유율이 지난달 60.1%로 상승했다.

시장 상황이 바뀌자 기존 수제맥주 브랜드들도 전략을 바꾸고 있다. 1세대 수제맥주 회사 중 하나인 플래티넘은 중국으로 이전했던 공장을 한국으로 옮기기로 했다. 편의점 PB(자체브랜드)맥주의 최대 협력사인 카브루는 지난해 서울 청담동에 수제맥주펍 ‘카브루 브루펍’을 냈고, 올해 추가 투자를 받아 양조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성수동을 대표하는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ABC)는 콜드체인으로 전국 생맥주 유통망을 확보했고, 올해 캔맥주로 편의점 채널에 전격 진출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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