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추'된 배추…농산물 가격 급등

입력 2020-06-14 17:33   수정 2020-10-08 16:22


이달 들어 가격이 급등한 농산물이 속출하고 있다. 올해 3~5월 이상기후로 공급이 준 반면 ‘농산물 꾸러미’ 지급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소비 진작 정책으로 농산물 수요는 늘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소득이 감소한 가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는 농산물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12일 기준 배추(10㎏ 상품) 가격은 86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54.6% 급등했다. 상추(11.1%) 열무(35.6%) 당근(11.8%) 등 식탁에 자주 오르는 채소들의 가격도 두 자릿수 이상 올랐다. 고구마(65.6%) 감자(9.0%) 등 식량작물과 사과(44.5%) 등 일부 과일도 큰 폭으로 가격이 뛰었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서 채소류가 9.8% 상승한 것을 비롯해 농산물 물가는 평균 3.1% 올랐다. 이달 들어서는 가격 오름폭이 더 가팔라지고 있다. 공급과 수요 측면 모두가 가격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 올해 3월 고온, 4월 저온의 이상기후 현상이 연달아 발생한 것이 최근 농산물 공급을 줄인 요인이 되고 있다. 이상기온으로 상당수 작물의 줄기와 뿌리가 필요한 만큼 성장하지 못했거나 아예 열매가 맺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농산물 꾸러미 사업,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 농산물 소비 진작 대책이 5~6월 집중되면서 수요는 늘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공급 차질 등으로 국제 농산물 시세가 급등하고 일부 유통업자가 ‘사재기’에 나서고 있어 농산물 가격 상승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이상기온에 채소 출하 줄고 도매상 사재기까지…밥상물가 '비상'
농산물 꾸러미 제공 사업 등 정부의 소비 진작책에 수요 꿈틀


“자고 일어나면 찹쌀 한 가마 가격이 5000~1만원씩 오릅니다. 한 달 전에 비해 15% 이상 급등했어요. 납품처에서는 장사가 안되니까 공급 가격을 낮춰달라고 하는데 도매시장에선 계속 오르니 답답합니다.”

곡물유통업체를 운영하는 A대표는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달 들어 농산물 가격 급등세가 심상치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난달부터 ‘농산물 꾸러미’를 각 가정에 보내주는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쌀을 비롯한 농산물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정부가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가격 급등한 농수산물

최근 주요 농산물 가격은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찹쌀(80㎏) 가격은 지난달 19만원 선에서 이달 들어 22만원으로 상승했다. 조만간 24만원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배추(54.6%) 상추(11.1%) 열무(35.6%) 시금치(3.3%) 등 채소류, 고구마(65.6%) 감자(9.0%) 등 식량작물, 사과(44.5%) 등 과일 가격은 이달 들어 작년 동월 대비 일제히 올랐다.

한우 등심은 지난 4일 ㎏당 가격이 10만원을 돌파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1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 2월 말 9만1000원이던 한우 가격은 5월 9만9000원대로 올랐고 이달 초 10만원을 넘어섰다. 돼지고기도 마찬가지다. 삼겹살 1㎏은 12일 2만4459원으로 작년 동월에 비해 6000원가량 올랐다.

정부의 소비 진작 정책이 수요 늘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결정된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농산물 소비가 감소하면서 4월까지는 가격이 하락세를 나타냈다. 최문순 강원지사, 이재명 경기지사 등이 감자를 비롯한 농산물 ‘특판’에 나서야 했을 정도다.

5월 들어 농산물 가격은 상승세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잇단 소비진작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농산물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 1차적 원인이 됐다. 코로나19로 집행되지 않은 초·중·고교 급식 예산 3700억원을 활용한 ‘학생 가정 농산물꾸러미 지원 사업’이 전국 500만 가구를 대상으로 지난달부터 본격 시행됐다. 여기에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이 지난달 중순부터 풀리기 시작했다. 코로나지원금은 전 업종에서 쓸 수 있지만 농촌진흥청 분석 결과 60%가 농수축산물 소비에 사용됐다.

한 농업연구기관 관계자는 “정부가 소비진작 대책을 연이어 내놓은 시기에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인한 외식 수요 증가가 겹치면서 농산물 수요가 빠르게 늘었다”며 “수요 변동에 따른 가격 상승을 고려한 정책이 있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상기후에 공급도 휘청

여기에 공급 측면에서 올해 3~5월 잇달아 나타난 이상기후가 농산물 가격 상승폭을 더 확대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4월 5~9일과 14, 22일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7만4204개 농가가 저온 피해를 입었다. 기온이 낮아 과일이 성장하지 않거나 잘 자라던 농작물이 죽는 피해가 발생했다. 3월에는 더위가 일찍 찾아와 병해충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있었다. 5월은 예년보다 비가 많이 왔다.

감자를 주로 유통하는 농산물유통기업 록야의 권민수 대표는 “감자는 5~6월께 값이 크게 떨어졌다가 이후 다시 오르는 게 보통인데 올해는 이상기후 여파로 공급이 줄어 가격이 거의 떨어지지 않고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일부 농산물유통업자가 사재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장하기 편한 곡물 등을 창고에 쌓아 놓고 가격이 더 오르길 기다린다는 것이다. 한 농산물유통업체 관계자는 “업자들 중 공공연히 가격이 더 오르면 물량을 내놓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며 “그럼에도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비축미 매각 계획은 없다고 한다”고 했다.

농산물 가격 상승은 국내 문제만은 아니다.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에 따르면 4일 쌀 선물(7월물) 가격은 100파운드당 22.07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베트남 등 쌀 생산국가에서 코로나19 발생 직후 수출을 제한하면서 위기감이 퍼진 결과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발(發) ‘식량 전쟁’이 벌어질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은 자급률이 높아 국내에서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면서도 “추이를 면밀히 관찰하겠다”고 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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