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논설실] 뜻밖의 코로나 효과?…잠이 보약이다

입력 2020-06-15 10:18   수정 2020-06-15 10:28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미국 엑손발데즈호 기름 유출 사고, 일본 신칸센 열차 사고의 공통점은 담당자의 수면 부족 때문이었습니다.”(정기영 대한수면학회 회장)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집중력과 판단력이 떨어지고 스트레스가 커지는 등 위험 증상이 뒤따른다. 충분한 수면은 생산성 향상과도 직결된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사람들의 수면 습관이 바뀌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수면 시간이 전반적으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학부모와 초중고생 9만462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기 중 평균 8.1시간을 자던 학생들이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자 1시간 늘어난 9.1시간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설문조사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아동·청소년의 평균 수면 시간이 8시간 47분으로 이전보다 41분 늘어났다. 그러나 ‘밤 12시 이후 취침한다’는 비율이 35.1%에서 62.3%로 증가하는 등 수면 습관과 잠의 질은 오히려 나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나라의 연구 결과도 비슷하다. 미국 콜로라도대 연구팀이 원격 수업으로 전환한 미국 대학생들의 수면 시간을 분석한 결과, 학교 수업의 변화로 인해 수면 시간이 주중 30분, 주말 24분 늘어났다.

스위스 바젤대 연구팀도 3월 중순부터 6주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 오스트리아와 독일, 스위스 주민들을 대상으로 수면 시간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사람들이 매일 밤 15분씩 더 잠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연구의 또 다른 공통점은 수면 시간이 늘어도 수면의 질은 나빠졌다는 것이다. 스위스 바젤대 연구진은 “코로나19 통제 조치 때문에 생긴 심리적 부담이 다른 유익한 효과보다 컸다”고 풀이했다. 사회적 일정이 줄어들면서 수면 시간과 규칙성을 결정하는 요인이 개선된 측면은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늘어나면서 수면의 질은 악화됐다는 것이다.

수면의 질이 나빠졌다는 것은 수면 장애 요인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의미다. 수면 장애는 밤에 잠자는 시간이 길어도 낮에 잠이 쏟아지는 ‘과다수면증’, 잠자는 중 숨이 멈춰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무호흡증’, 잠들 무렵이면 다리가 쑤시거나 저리는 ‘하지불안증후군’ 등과 연관이 있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경우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6시간 30분밖에 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연령별로 적당한 수면 기간은 소아발육기에 12~14시간, 성인 7~8시간, 고령자 5~7시간이다.

따라서 수면 전문가들은 숙면할 수 있는 수면 지침을 잘 지키라고 조언한다. ‘하루 7~8시간씩 충분히 잔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난다. 음악이나 방송을 틀어놓고 잠들지 않는다. 잠자리에 누워서는 걱정하지 않는다. 적절한 습도와 온도를 유지한다’가 그것이다.

대한수면학회도 “코로나19를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은 수면 지침을 잘 지키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충분한 수면을 통해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최고라는 얘기다. 역시 ‘잠이 보약’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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