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나홀로 캠핑

입력 2020-06-16 17:52   수정 2020-06-17 00:28

‘나일론으로 인류를 추위에서 해방시킨 기업.’ 미국 듀폰에 대한 찬사 가운데 하나다. 스타킹으로 응용된 나일론은 ‘각선미’라는 신체적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면서 여성의 사회활동 확대에도 크게 기여했다. ‘아웃도어’ 활동에 치중하는 현대인에게 듀폰은 ‘고어텍스’ 제조사로 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비는 막고 땀은 배출하는 고어텍스 장비는 캠핑 등산 트레킹 같은 아웃도어 활동에서 필수품 중의 필수품이다. 의류와 등산화, 배낭과 텐트로 활용도도 높다. 소재산업 발달과 스포츠·인체 공학의 진보로 인류의 야외 활동에 한계지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가볍고 질기고 튼튼하면서 열효율도 좋은 용품이 널렸다. 안전하고 편리한 장비는 현대인의 내면에 잠재된 원시본능과 자연 동경을 한층 자극하고 쉽게 실행에 옮기게 한다.

캠핑아웃도어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캠핑산업 규모는 연간 2조6000억원(2018년)이고, 등록된 캠핑장만 1900개에 달한다. 아직도 배낭은 미국제 G, 등산화는 독일제 L이나 이탈리아 수제화 Z를 찾는 ‘명품족’도 있지만, 국산 브랜드도 가성비가 좋다.

캠핑족·등산객을 불러들이려는 지자체들의 노력도 적지 않다. 풍광명미 빼어난 산과 바다, 계곡에 텐트 치기 좋도록 잘 정비해둔 곳이 많다. 맑은 물에 전기까지 갖춰진 오토캠핑장도 수백 개다.

‘코로나 쇼크’로 캠핑에도 ‘나홀로족’이 늘어난다고 한다. 혼밥 혼술 혼영(영화) 혼행(여행) 다 당당하게 자리잡은 판에 ‘나홀로 캠핑’인들 어색할 게 뭐가 있겠나. 오히려 더 사색적이고, 바쁘고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는 좋은 시도로 보인다. 수많은 ‘OO길’을 따라 휴대폰도 잘 터지지 않는 ‘와이파이 프리존’으로 잠시라도 ‘피신’하려면 캠핑도 혼자가 나을 것이다. 첨단소재의 텐트는 10~20분이면 펴진다. 밝고 오래가는 저렴한 LED등도 많다. 붉은 노을 바라보다 산들바람 맞으며 나홀로 등 켜고 모처럼 손편지라도 쓴다면 그 자체로 근사하다.

‘코로나 2차 대유행’ 경고까지 잇따르는 지경이다. 조급증을 버리면서도 감염 위험을 줄이려면 혼자 보내는 시간을 늘리는 게 좋은 대안이다. 이번 주말 파로호 옆 비수구미계곡의 캠핑장 같은 데라도 찾아보면 어떨까. 코로나 청정지역의 옛 분교에서 나홀로 하루쯤 보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될 수 있다. 오가는 길 곳곳의 ‘맛집’ 탐방도 덤 이상일 것이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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