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팔 수밖에"…'사면초가' 몰린 법인 투자자들 [집코노미]

입력 2020-06-18 13:30   수정 2020-06-18 14:10


“올해 안에 모두 팔아야죠. 퇴로가 없습니다.”

수도권과 지방에서 법인 형태로 부동산을 매수해 쏠쏠한 수익을 남기던 투자자 김모 씨의 말이다. 정부가 ‘6·17 대책’을 통해 법인에 고강도 규제를 가하자 나온 반응이다. 세무업계에선 법인투자에 사실상 ‘사형선고’가 내려졌단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법인 규제는 크게 세 갈래다. 내년부터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크게 높이고 매각할 땐 법인세율을 중과한다. 그러면서 대출을 잠갔다. 더 이상 신규로 취득하지 말고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도 올해 안에 매각을 결정하란 의미다.

법인 투자자들은 술렁이고 있다. 그간 정부가 전혀 손대지 않는 듯하다가 한꺼번에 여러 규제가 쏟아진 까닭이다. ‘법인 예찬론자’이던 김모 씨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수준의 강도”라며 “최근 매수자를 돌려보냈던 걸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인의 부동산 거래는 개인의 세금 부담이 높아진 2018년을 전후로 성행한 투자 방식이다. 법인으로 명의를 분산하면 가파른 누진세율 구조인 양도소득세와 종부세를 아낄 수 있어서다. 갭투자자가 몰리는 일부 지역에선 중개업소가 먼저 법인 형태의 취득을 권유하기도 한다. 경남 창원 팔용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개인은 4주택부터 취득세율이 4%로 중과된다”면서 “여러 채를 사고 팔기엔 법인이 유리해 관련 상담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앞으로 이 같은 전략이 소용 없어질 전망이다. 법인의 종부세 과세표준 6억원 공제가 이번 대책을 통해 폐지돼서다. 세율은 과표구간과 상관없이 주택수별 단일세율이 적용된다. 2주택 이하는 3%, 3주택부턴 4%다. 예컨대 법인명의로 조정대상지역에 공시가격 15억원짜리 아파트를 갖고 있다면 올해는 종부세로 810만원을 내지만 내년부턴 바뀐 기준으로 4275만원을 내야 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는 “세부담 상한선(1주택 기준 150%)을 감안하더라도 종부세 인상폭이 폭등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내년 이후 매각한다면 양도 시점에 물어야 할 세금도 늘어난다. 정부는 법인이 주택 등을 매각할 때 10~25% 외에 추가로 과세하는 10%의 법인세를 20%로 올릴 방침이다. 참여정부 시절 시행되던 법인세 중과세가 부활한 것이다. 2005년 ‘8·31 대책’에서 도입돼 2007년부터 시행되다 2014년 폐지된 제도다. 수도권의 재개발구역을 주로 매수하는 한 전업투자자는 “차익이 발생한 부동산은 올해 안에 매각할 수밖에 없다”며 “추가 규제가 나올 수 있어 그 전에 나머지 주택을 처분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유로 법인 매수 비중이 높았던 지역에서 연말까지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청주의 경우 올해 1~5월 전체 아파트매매 가운데 법인의 비중이 12.5%다. 인천은 같은 기간 8.2%로 집계됐다. 이들 지역의 2017년 법인 매수 비중은 각각 0.9%와 0.6%에 불과했다.

다만 이번 대책에서 법인의 ‘단타’에 대한 규제는 나오지 않았다. 개인은 보유기간이 1년 미만인 부동산을 매각할 때 양도세율 40%가 적용되지만 법인은 단기매매 대해에 이 같은 중과 규정이 없다. 이승현 진진세무회계법인 대표는 “전매제한이 없는 지방 분양시장에서 분양권 전매 등을 노린 단기투자 수요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며 “아예 ‘장기전’을 준비하기 위해 임대주택 등록 상담을 받은 이들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법인 소유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그동안 해당 주택에 대해선 종부세 합산이 배제됐다. 하지만 이달 18일 이후 등록하는 임대주택부턴 종부세가 과세된다. 개인 임대사업자들의 경우 앞서 2018년 ‘9·13 대책’ 이후 취득한 주택부터 종부세 합산 배제 등 임대사업자 혜택이 사실상 사라졌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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