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알못] "코로나 재택에 깊어진 갈등…남편과 이혼 위기입니다"

입력 2020-06-20 08:36  



최근 온라인 상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해 남편과 함께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갈등이 깊어졌고, 급기야는 이혼까지 고민된다는 사연이 올라와 네티즌들의 이목을 끌었다.

사연을 공개한 A씨는 "코로나19로 인해 몇개월 째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덩달아 혼자 청소, 빨래, 요리까지 맡게 되니 부부 간 갈등이 심화하더라"고 토로했다.

가장 A씨를 힘들게 한 것은 게임에 푹 빠져있는 남편이었다. 재택을 하기 전까지는 남편이 퇴근 후 즐기는 게임이 스트레스 해소용이라고만 생각했던 A씨. 그러나 옆에서 쭉 지켜보니 남편은 취미 그 이상으로 게임에 매달려 있었다. 남편은 A씨가 하는 질문에 답도 하지 않고, 새벽까지 줄곧 게임에만 몰두했다. 심지어는 말을 거는 A씨에게 짜증을 내는 일도 많았다.

재택을 하면서 집안일까지 떠안게 된 A씨. 남편과 가사 분담을 하고 싶었지만 게임 때문에 집안일은 뒷전인 남편을 보며 언성이 높아지는 일도 늘었다. 그럼에도 A씨의 남편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밥을 먹으면서도 손에서 휴대폰을 내려놓지 않는가 하면 조금이라도 잔소리가 나온다 싶으면 화장실로 도망쳐서 게임을 했다. 밥을 먹고 그릇을 설거지통에 넣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지경이라며 답답해한 A씨였다.

그는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남편의 게으름과 허술한 경제관념까지 온갖 단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세탁기에 양말 하나 넣는 것도 귀찮아서 세탁기 앞에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주말에 집 앞으로 산책가는 것 마저도 함께 해주지 않는 남편이었다.

계획없이 생활비를 다 써놓고 '돈이 다 어디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일쑤였다고. 그러나 A씨는 남편이 자신과는 어떠한 것도 공유하지 않으려 한다며 분노했다. 그는 "경제관념이 없는 남편 때문에 지출 내역을 보고 가계부라도 쓰려고 해도 휴대폰 잠금은 물론 통장이나 카드사용내역 등 어느 것도 공개하지 않는다. 카드내역서라도 우편으로 신청하라고 했지만 그마저도 얼버무리며 넘겨버리곤 하더라"고 전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게임 중독이 제일 심한 문제라고 본다", "서로 지치는 시기에 가사 분담은 당연한 거 아닌가",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데 어떻게 같이 사냐", "버릇은 못 고친다", "게임도 정도껏 해야지", "남편은 아내를 배려하려는 마음이 하나도 없는 듯", "재택하는 사람이 집안일까지 전담하는 건 아니지", "남편의 성격을 고치는 건 어려울 듯", "얼마나 인내심이 좋아야 저런 사람이랑 같이 사는 거야"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을 줄이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족 간 갈등이 늘었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사회활동이 위축되면서 오는 우울감에 현실적인 문제들까지 겹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한 취업포털이 성인남녀 8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부모의 절반(46.5%) 가량은 코로나19 이후 가족과 갈등을 빚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가족 간 갈등 이유로는 '집에만 있다 보니 부딪히고 싸움이 빈번해져서'(29.6%)와 '외출부족으로 자녀가 힘들어함'(30.0%)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미뤄졌던 등교, 학원 일정으로 인한 자녀 학업 걱정'(25.8%). '감염증 우려로 잔소리가 늘었다'(13.8%) 등의 순이었다.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 이인철 변호사는 이같은 갈등을 빚는 가정에 대해 "코로나19(Covid)와 이혼(divorce)의 합성어 '코로나 이혼 Covidivorce'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하여 재택근무 등으로 부부가 같이 지내는 시간이 늘다보니 부부간에 내재한 갈등이 생기고 이혼위기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변호사는 "이혼상담을 하다보면 ‘배우자가 지나치게 게임을 많이 해 게임중독에 이르고, 게임머니를 지나치게 사용해서 결혼생활과 가정경제가 파탄되었다’며 고통을 호소하면서 이혼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반대로 일방이 게임을 하고 있는데 상대방이 ‘게임을 그만두지 않으면 나랑 그만 살자’는 등의 잔소리가 심해서 이혼을 결심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이어 "단순히 게임을 하는 것만으로는 이혼사유가 되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게임중독에 빠져 이로 인하여 부부간의 갈등이 심해지고 막말, 폭언이나 폭행까지 이르는 정도가 되면 이혼사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통계에 의하면 실제로 외국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특이하게 코로나19로 인해 이혼율이 감소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통계청에서 코로나19가 심각해진 올 1월부터의 인구 동향을 집계해서 발표했는데 3월 이혼 건수는 7298건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19.5% 줄어들었다.

1981년 이후 가장 크게 줄어들어 11년 반만의 최저치다.

이로 인해서 우리나라 조이혼율, 그러니까 인구 1000명당 이혼율은 2.1에서 1.7로 떨어졌다.

이 변호사는 "통계청 자료를 통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우리나라에서는 함께 극복하자며 서로 뭉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부부 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계속 오래 붙어 있다 보니, 싸우는 시간이 줄었으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법원방문을 꺼린 것 등이 이혼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사회적 거리가 강조되는 이 시점에, 외부인과 소통하는 것이 단절되고 있고 친구와 동료들과의 소통이나 공감이 줄어드는 대신 사회적 거리를 의식할 필요가 없는 가족과는 더 애틋해지는 것이 이혼율 감소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상대방의 단점을 계속해서 지적하고 자신에게 맞추라고 하면 갈등이 심해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대방의 장점을 보고 상대방에게 맞추려고 노력하고 상대방의 존재자체를 인정한다면 이혼을 막을 수 있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비단 사회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집안에서 가족간에도 심리적으로 적절한 거리두기를 하면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예의를 갖춘다면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고슴도치 딜레마>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저서에 고슴도치와 관련한 우화를 남겼습니다.

추운 겨울 고슴도치 몇 마리가 모여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바늘이 서로를 찔러서 결국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고슴도치들은 추워서 다시 모이게 되었고, 똑같은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한 고슴도치들은 서로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간격을 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인간도 필요에 인해 관계를 맺지만 가시투성이 본성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곤 합니다. 그래서 서로에게 예의를 지키면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 온기는 적당히 만족되고 가시에 찔릴 일도 없게 될 것입니다.



도움말=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이미나/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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