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트로트 열풍 뒤 "이제 지겹다" 피로감 호소하는 시청자들

입력 2020-06-20 08:36   수정 2020-06-21 09:18


'트로트=고속도로 가요'는 옛말이 됐다. 촌스럽고 서민적이라는 고정관념으로 비주류에 속했던 트로트 장르가 주류로 떠올랐다. TV만 틀면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의 트로트 가수들이 얼굴을 비춘다. 이들만 나오면 시청률 10~20%는 보장받을 정로로 '시청률 치트키'가 됐다. 그야말로 트로트 전성시대다.

한국전쟁 이후 대중화된 트로트는 일본의 '엔카'와 닮았다는 비판으로 배척당하기도 했다. 80년대 포크 음악 등이 가요계에 등장하면서 트로트는 비주류로 밀려났고 90년대에는 트로트는 '뽕짝'이라 불리며 쇠퇴기를 맞이했다. 2000년대 장윤정의 '어머나'가 크게 유행하면서 트로트의 명맥을 이어갔으나 중장년층이 즐겨듣는 음악이라는 인식이 자리했다.

트로트계의 반전은 예능 프로그램을 만나면서다. 2019년 TV조선에서 '내일은 미스트롯'을 방영하며 35%라는 기록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특히 1등 송가인이 인기몰이를 했고, 때마침 KBS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에게 '유산슬'이라는 트로트가수 '부캐'를 부여하며 트로트계에 붐을 일으켰다.

이듬해 방송된 '미스터트롯'은 전작을 넘어서는 인기를 구가하며 톱7에 든 모든 가수들이 화제의 중심에 서있다. 이들이 출연하는 '사랑의 콜센타', '뽕숭아 학당'은 첫방송 이후 두 자릿수 시청률을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다.

트로트 가수들은 아이돌 못지 않은 '팬덤'을 가지며 탄탄한 고정 시청층을 자랑한다. 특히 '미스터트롯'의 1등을 차지한 임영웅은 수많은 광고 계약을 체결해내며 수억원대 계약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종편에서 방영된 '미스터트롯'이 이른바 '대박'을 내자 방송 3사 또한 우후죽순 유사 프로그램을 런칭하고 있다. 먼저 SBS는 '트롯신이 떴다'를 통해 트로트 레전드들의 공연을 열었다.

MBC는 각 분야의 레전드 아티스트가 최고의 프로듀서로 변신해 최강의 드림팀 그룹을 탄생시키는 리얼 뮤직 버라이어티 '최애엔터테인먼트'를 준비 중이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장윤정이 프로듀서로 참여해 '둘째이모 김다비'로 활동 중인 김신영과 슈퍼주니어 이특이 매니저로 합류했다. 오는 7월 4일 첫 방송된다.

KBS는 송가인 소속사 포켓돌스튜디오와 손을 잡고 트로트 유망주 프로젝트 '트롯전국체전'을 제작, 11월 방송을 계획하고 있다.


앞서 두 프로그램이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해내는 것에 집중하는 반면 기성 가수들이 트로트에 도전하는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SBS플러스 '내게 ON 트롯'을 통해 룰라의 채리나와 유리상자 이세준부터 솔로 가수 왁스와 서인영, 그룹 H.O.T. 멤버 토니안, 2AM에서 솔로가수로 변신한 이창민, 달샤벳 배우희, 엠넷 '프로듀스 101' 출신 김동한이 트로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MBN 예능 프로그램 '보이스트롯'에는 높은 예선 경쟁률을 뚫고 업텐션 선율, 엔쿠스 서석진, 달샤벳 수빈(달수빈) 등 아이돌 멤버들이 트로트가수에 도전한다. 7월 10일 첫 방송 예정으로 많은 아이돌 팬들의 기대감을 받고 있다.



트로트 예능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미스터트롯' 파급력에는 미치지 못했다. 뿐만아니라 트로트 장르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청자들도 속속 생기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TV만 틀면 트로트다. 발라드도 트로트처럼 부르고 지겹다", "젊은 세대는 TV를 보지 않고, 중장년층이 TV를 고집하고 있으니 시청률이 높은 것", "트로트 예능 뿐만이 아니라 예능계에 트로트가수들이 나오면서 식상하다. 채널 돌리는 수 밖에 없다. 안 나오는 데가 없다. 차라리 뉴스를 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그동안 트로트가 암흑기였기 때문에 다시 치고 올라오는 시점인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스타성있는 신인들이 많이 등장했지만 이렇게 노출되면 금새 이미지가 소모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스터트롯' 출신 가수와 일부 기성 트로트가수들만 잘 나가는 상황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못 받는 이들은 소외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들도 지속적으로 화제를 모으려면 히트곡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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