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오르고 있었는데"…일주일 만에 지옥행 '롤러코스터'

입력 2020-06-20 11:08   수정 2020-06-20 11:10


정부가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겠다고 예고했던 순간에도 강남 집값은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오는 23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급매들이 나오고 있는 잠실, 삼성, 대치, 청담동 일대도 대책 직전까지 급등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냈다.

20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0.1% 올라 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상승폭은 전주(0.03%) 대비 3배 이상 확대됐다. 특히 송파 잠실에서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송파구는 0.31% 상승해 전주의 상승률(0.03%)만 놓고보면 10배 뛴 셈이다.

○잠실 일대 아파트 오르다가 '추락'

송파는 잠실 스포츠ㆍ마이스(MICE) 개발 소식이 전해진 이후 잠실 일대 아파트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를 비롯해 우성1,2,3차, 잠실엘스, 레이크팰리스 등이 1000만~5500만원 상승했다.

전세시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송파구는 전셋값이 0.28% 올라 서울에서 한주동안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세 물건이 부족한 가운데 대단지 아파트 전셋값이 주로 올랐다. 가락동 송파헬리오시티와 잠실동 잠실엘스, 잠실주공5단지, 송파동 삼성래미안 등이 500만~1500만원 상승했다.

신고가도 나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치동의 대장아파트인 래미안 대치팰리스 1단지는 전용 94㎡가 지난 13일 35억원에 거래되면서 7개월 만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대치우성(전용 124㎡) 아파트 또한 23억1500만원에 지난 11일 매매가 성사되면서 8개월전 찍었던 전고점을 넘었다.

현지에서는 이를 이른바 '강남 학습효과' 때문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잠실동의 A공인중개사는 "규제 얘기가 나오면서 오히려 '집값이 오르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매도자들이 우위를 보였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실거주 2년까지 쏟아져 나오면서 하루 아침에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전세 안고 급매, 18억대까지 떨어진 은마

정부와 서울시가 6·17 부동산 대책에서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4개 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면서 현지 분위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920만㎡·약 278만 평)과 송파구 잠실동(520만㎡·약 157만 평) 일원은 오는 23일부터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땅을 거래할 수 있다. 주택은 대지 지분 18㎡, 상가는 20㎡를 초과하는 모든 거래가 해당한다. 규제 기간은 일단 1년이지만 서울시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연장된다. 약 11만8000가구, 31만명이 이에 해당된다.

현지에서의 분위기는 재건축이나 신축이냐, 집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아파트 시세가 갈리고 있다. 법인 혹은 임대사업자들이 들고 있던 매물들은 급격히 호가가 낮아지는 반면, 집주인이 들고 있는 매물들은 꼿꼿하다가는 게 현지 중개사들의 얘기다. 잠실동 대표적인 아파트인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의 호가는 오히려 상승중이다. 강남 입성이 기회가 얼마 안남았다고 보는 매수자가 몰리면서 5000만원까지 오른 매물도 있다.

토지거래허가제에 2년 실거주 요건까지 추가된 재건축 단지들은 패닉 상태다. 호가가 1억원 떨어졌다는 얘기도 있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집주인의 사정이나 집 상태에 따라서 다르다고 설명한다. 집주인의 거주요건이 충족된 매물의 경우에는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전세를 안고 투자했던 물건들의 낙폭은 실제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대치동의 B공인 관계자는 "직접 거주는 생각지도 않고, 전세안고 투자했던 매물들이 급하게 나오고 있다"며 "이번 주말에 방문하겠다는 예약이 벌써 5건도 넘는다"고 말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6·17 대책이 발표된 뒤 은마 전용면적 84㎡가 21억원에 급매물로 나왔다. 이 주택형은 지난해 12월 23억5000만원에 거래됐다가 절세용 급매물로 19억4000만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다가 매물이 소화되면서 22억원에 매물들이 나왔지만, 순식간에 1억원이 밀린 것이다.

전용 76㎡은 전세를 낀 급매물의 호가가 18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 기존에 시장에는 19억~20억원대에 매물들이 있었지만, 6·17 대책 이후 매물 가격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17일 당일에 거래된 매매가는 19억원으로 이달초(19억5000만원) 보다 5000만원 하락했다.

잠실주공5단지는 눈치보기 장세다. 워낙 오르는 분위기였다보니 관망에 가까운 분위기다. 전용 76㎡의 매물은 21억~23억까지 다양하게 나와 있다. 호가의 상승, 하락도 제각각이다.

○헬리오시티 "부동산 대책 수혜주"

4개동 일대가 6·17대책으로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사이 조용히 웃고 있는 단지도 있다. 토지허가구역에도 해당되지 않는데다 대단지 새 아파트가 있는 지역이다. 가락동 헬리오시티(9510가구)와 신천동 파크리오(6864가구)가 대표적이다. 전세를 끼고 투자할 수 있는 매물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가락동 C공인 관계자는 "헬리오시티는 이번 규제에서 추가로 들어오는 내용이 거의 없고, 입주도 만 2년이 가까이 오다보니 선호도가 올라가는 분위기다"라며 "전세 낀 매물들도 거래가 가능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지난해 12·16 대책 직전 19억원에 매매되기도 했지만, 이후 하향 안정세를 나타냈다. 지난달에 거래된 가격도 16억6000만원이었다. 그러다가 이달들어 나온 매물들은 17억5000만~18억원대로 강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파크리오 또한 전세를 끼고 매입할 수 있는 전용 84㎡ 매물이 19억원대에 나와있다.

정부의 대책으로 오히려 재건축과 신축 아파트 사이에 갭이 더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재건축 규제강화는 서울의 공급부족 불안감을 더 부추길 수 있다"며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를 더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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