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로바이오텍 "남극서 얻은 동결보호제로 혈액 보존기간 6배로 늘려"

입력 2020-06-21 15:24   수정 2020-06-21 15:31



"현재 혈액은 냉장 상태로 유통돼 35일까지만 보관이 가능합니다. 우리가 개발 중인 차세대 동결보호제를 사용하면 최대 6개월로 늘릴 수 있을 겁니다."

류욱상 알테로바이오텍 대표(사진)는 "영하 50도의 남극 바다에서도 얼어 죽지 않는 미생물에서 발견한 항동결 물질을 내년 하반기에 상업화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2018년 설립된 알테로바이오텍은 코스닥 상장사 더블유아이가 투자한 관계사다. 아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보령제약 등에서 20여 년간 미생물을 연구해온 류 대표는 올 1월 회사에 합류했다.

동결보호제는 바이오의약품, 혈액 등을 장기 보존하려고 얼리는 과정에서 얼음 결정에 의해 파손되는 것을 막는 용도로 쓰인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동결보호제 'A-CPA'는 2018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극지연구소에서 기술이전을 받은 것이다. 극지연구소는 2011년부터 5년간 연구 끝에 남극해에 사는 해양미생물 슈도알테로모나스가 분비하는 천연 바이오 폴리머가 수분을 자기 안에 머금어 세포 내에 얼음이 생기는 것을 막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류 대표는 "생체가 어는 과정에서 얼음 결정이 생기고 이 얼음 결정이 세포막을 찢는다"며 "이 천연 폴리머는 삼투압 원리(액체가 고농도에서 저농도로 이동하는 것)를 통해 세포 안에 있는 수분을 빨아들여 세포 내에 얼음이 생기는 것을 방지한다"고 했다.

현재 널리 쓰이는 동결보호제는 화학 성분으로 만들어진다. 독성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는 "바이오의약품을 동결 보관할 때 전체 용량의 3% 이하로 동결보호제를 희석해 넣는데 사람에게 투여하면 오심, 두통, 어지럼증 등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했다. 액체질소로 영하 196도까지 온도를 내려 제품을 얼릴 때는 1분에 1도씩 점진적으로 내려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A-CPA는 이 같은 한계를 극복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류 대표는 "A-CPA는 천연 물질을 이용하기 때문에 독성이 없다"며 "온도를 순식간에 영하 196도까지 내려 동결시켜도 세포의 90%가 살아남는다"고 했다.

알테로바이오텍은 자가혈액, 조혈모세포, 면역·줄기세포 치료제 등의 동결 보관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유전자 세포 치료제가 차세대 의약품으로 주목받으면서 안전한 동결보호제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며 "사람들이 자신의 혈액을 보존했다가 긴급상황에 수혈을 하거나 암에 걸렸을 때 면역세포 치료제를 제조할 수 있다"고 했다. 화장품원료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A-CPA의 대량 생산을 위한 공정을 개발 중이다. 내년 상반기에 동물실험을 마칠 계획이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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