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 50명 퇴원하면 신규 500명 치료"…정부, 주중 기준변경

입력 2020-06-21 21:08   수정 2020-06-21 21:10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의 입·퇴원 기준을 변경해 병상 관리를 효율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코로나19 경증환자들이 병상에 포진해 정작 입원 치료가 필요한 중환자를 위한 병상이 부족한 일이 빚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이에 코로나19 환자의 입·퇴원 기준 등을 변경해 이번주 중 발표할 예정이다.

이 같은 병상 관리의 필요성을 뒷받침해줄 분석 결과도 나왔다. 국내 코로나19 환자 3000여 명을 분석한 결과, 입·퇴원 기준을 변경하면 저위험 환자의 입원일수를 5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21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내 55개 병원에 입원한 3060명의 코로나19 환자 임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와 함께 효율적인 병상 관리 방안을 제안했다. 환자의 입원일수가 줄어들면 제한된 병상 등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어 중증·응급 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달 20일 기준 국내 음압병상 1986개 중 입원 가능한 병상은 749개 병상이다. 특히 중환자용 음압병상 546개 중에서는 115개만 비어있다.

최근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 수도권과 대전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수도권의 중환자 치료병상은 328개 몰려있지만, 현재 입원 가능 병상은 38개(서울 24개·인천 10개·경기 4개)에 그친다. 대전은 13개 중 3개만 비어있다.

이에 정부는 수도권에서 병상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예를 들어 환자 중 상태가 중증으로 갈 위험이 높은 경우 서울·경기·인천이 정보를 공유해 병상을 사전에 배정하는 대응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중앙임상위는 코로나19 유행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현재의 입·퇴원 기준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병상 부족 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중앙임상위는 지난 3월 1일 임상 증상 호전을 기준으로 퇴원기준을 완화하도록 권고했다.

격리를 이유로 퇴원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은 실정에서 입원치료가 필수적인 고위험군에서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할 경우 심각한 의료시스템 붕괴 사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무증상이나 경증환자는 병원 대신 생활치료센터로 바로 이송하거나 입원치료를 통해 증상이 없어지면 신속하게 생활치료센터로 전원하는 방향으로 지침을 개정하고 있다.

박능후 중앙재난대책안전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경증환자들이 중환자실 병상을 차지하고 있을 때 이들을 적정한 병상으로 이송할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며 "지침 시행되면 현재 (확보한) 중환자용 병실이 충분하게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지침상으로도 퇴원은 임상 증상이 호전되면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한번 입원한 환자를 음성 판정을 받기 전 퇴원시키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현재까지는 PCR(유전자 증폭) 검사가 음성인 경우 퇴원을 시키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양성이어도 어느 정도 감염력이 사라지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에) 퇴원기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주 중 이 부분에 대해 안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중환자 치료병상도 계속 확대하고 있다. 감염병 전담병원을 중심으로 중환자를 돌볼 수 있는 시설을 확보하고, 환자가 많을 많아질 경우 의료인력도 외부에서 차출해 투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앙임상위는 국내 코로나19 환자가 중증으로 악화하는 비율과 조건 등을 파악한 연구에 근거해 입·퇴원 기준을 변경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연구에서 50세 미만 성인 환자 중 확진 당시 호흡곤란이 없고 고혈압·당뇨·만성폐질환·만성 신질환·치매 등 기저질환(지병)이 없던 환자는 산소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중등증 또는 중증으로 치료를 진행한 경우가 1.8%에 그쳤다.

이들 중 호흡수가 22회 미만이고 수축기 혈압이 100mmHg 이상인 환자가 산소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악화하는 건 0.1%에 불과했다.

중앙임상위는 50세 미만의 성인이면서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낮은 이러한 환자는 병원 입원이 필요치 않은 만큼 자택 혹은 생활치료시설에서 치료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최대 59.3%의 병상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중앙임상위는 기대했다.

정부 역시 경증환자에 대해서는 생활치료센터 치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재택치료는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비상상황에 도입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생활치료센터 확보를 위한 지역 주민들의 협조도 촉구했다.

박 1차장은 "일부 주민께서는 생활치료센터가설치가 되면 감염 위험이 있다는 우려를 하지만, 지금까지 (감염 사례는) 단 1건도 없었다"며 "지역에 생활치료센터를 설치한다는 것은 국가적 위기상황 (대응에) 동참하는 지표"라고 말했다.

중앙임상위는 입원한 환자 중에서 50세 미만 성인이면서 증상 발생 10일까지 산소치료가 필요 없는 경증이거나, 산소치료를 받았더라도 치료를 중단한 지 3일 이상 지났다면 적극적으로 퇴원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애초에 입원 단계에서 환자를 선별하는 데 이어 입원 후에도 중증으로 진행하지 않는 환자를 조속히 퇴원시켜 병상을 효율화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오명돈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은 "경증 환자 50명을 퇴원시켜서 남는 병상에 중환자를 받으면 500명을 치료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의 80∼90%는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고 나을 수 있는 사람들인데, 이들 때문에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할 환자들의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게 비율로 따지면 1대 10 정도가 되기 때문에 50명 퇴원시키면 500명을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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