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칼럼] 비접촉 시대의 일하기

입력 2020-06-23 18:07   수정 2020-06-24 00:26

지난 3세기 동안 인류는 극적인 전환의 역사를 거쳤다. 19세기엔 농민으로 살았고, 20세기엔 공장에서 땀을 흘렸다. 21세기 들어 손에 흙이나 기름을 묻히지 않고 일하는 시대로 넘어왔다.

세기가 변한다고 사는 방식이 금방 바뀌는 건 아니다. 100년간 3대를 이어온 관행과 습관을 바꾸기는 결코 쉽지 않다. 나라마다 경제발전의 편차도 있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20세기가 시작되고 50년이 지나서야 겨우 농업국가를 벗어날 수 있었다.

시공간 선택하는 스마트워크

21세기 들어서도 인류는 큰 변화 없이 일했다. 로봇이 제조하고 자동화된 물류창고가 유통의 중심축이 되고 드론과 자율주행차가 배달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었지만, 일과 직업의 세계에는 별 변동이 없었다. 오전 9시쯤 출근해 오후 6시쯤 퇴근하는 것이 직장 생활의 글로벌 스탠더드였다. 장소도 내 회사의 내 자리가 정상적이었다.

그러다 올해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의 소용돌이에 빠지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감염을 피하고 안전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언택트(untact) 즉 비접촉이 대전제가 됐다. 만나지 않고 각자 떨어져서 일해야 한다니 제조공장식 모델을 그대로 갖고 있던 20세기형 기업엔 충격이다. 처음 가보는 길이요, 두려운 일이다. 특히 ‘접촉’이 비즈니스의 핵심인 업종들은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위기에 빠진 상태다.

어쩌면 이런 충격과 위기는 예상보다 빠른 변화를 기업들이 준비하지 못한 탓일 수도 있다. 비접촉 환경을 이기고 새로운 혁신 사례를 만든 BTS를 보라. 며칠 전 온라인으로 중계된 BTS의 공연 ‘방방콘’의 유료 시청자는 무려 75만 명이었다. 25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5만 명이 꽉 찬 공연장에서 15회 공연을 해야 가능했던 비즈니스 성과다. BTS라는 브랜드 덕분이라고 부러워만 할 일이 아니다.

1990년대 이후 발전한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 그리고 스마트폰 덕분에 이제 만나지 않고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는 비즈니스가 가능해진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 환경이라는 새로운 제약을 이겨내기 위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고 이 가운데 성공적인 것들을 중심으로 뉴노멀, 즉 새로운 기준이 세워질 것이다.

미래의 직업 창출하는 기회도

비접촉 환경 때문에 사람들은 이제 21세기형으로 일하게 될 것이다. 회사들도 이왕에 재택근무, 유연근무, 사외근무 등을 실험해 본 경험을 제도화하려 노력할 것이다. 절반 이상의 직원이 재택근무를 해도 업무에 지장이 없었다면 회사로서는 이 기회에 직원들이 시공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근무제도를 만드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 시점이야말로 직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면서 회사로서도 더 유연하게 사무공간과 근무 시스템을 정립하는 ‘스마트워크’를 적극 검토할 때다. 국내에서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스마트워크가 도입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정권의 아젠다로 치부되는 바람에 다음 정부에서는 바로 용도폐기돼 오히려 논의 자체가 사라졌다. 그러나 스마트워크는 세계적 추세다. 20세기 들어 유럽과 미국 등이 모두 검토해 국가 차원의 아젠다로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워크는 시공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대전제다. 회사로서도 작은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낼 수 있고, 사람들도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있고 싶은 곳에서 일할 수 있게 된다. 밤에 일하는 달빛근로자, 주 20시간만 일하는 자유근로자 등이 가능해진다. 노동법 등 관련 제도의 정비는 당연히 필요하다. 시간과 공간의 선택권이 생겼으니 일하는 방식은 더욱 다양해질 것이다.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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