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자도 노조 가입 허용…巨與 믿고 밀어붙인 정부

입력 2020-06-23 17:41   수정 2020-10-07 18:44


정부가 경영계의 강한 반대에도 끝내 해고자와 실직자가 기업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을 강행하기로 했다. 국회 176석을 차지한 거대 여당의 힘을 믿고 정부가 ‘친노동 입법’을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신음하는 기업 현장에서는 “가뜩이나 기울어진 노사관계가 아예 뒤집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23일 국무회의를 열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과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근로자의 단결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이른바 ‘노조 3법’으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법률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해고자와 실업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노조 전임자에 대한 사측의 임금 지급 금지 규정을 삭제한 것이 핵심이다. 교원·공무원 노조법 개정안은 해고자·퇴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현행 6급 이하로 돼 있는 공무원의 노조 가입 제한을 없앴다.

문제는 경영계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강화되는 노동권에 맞춰 파업 때 대체근로를 일부라도 허용하고, 사측뿐만 아니라 노조의 부당노동행위도 규율해야 한다는 게 경영계 요구였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경영계 "해고자를 노조전임자 만들고…월급까지 주라니"

정부가 2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이른바 ‘노조 3법’ 개정안은 노사 간 마찰로 20대 국회에서 한 번도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폐기된 법안이다. 그런 법안을 고용노동부는 20대 국회 종료를 하루 앞둔 지난 5월 28일 다시 입법예고했다. 21대 국회 ‘1호 입법과제’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경영계에서는 이들 법안의 입법을 시작으로 176석 거대 여당의 우산 아래 정부의 친노동 정책이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해고자가 임금협상 테이블에

노조법 개정안의 핵심은 실업자와 해고자도 기업별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행법상 실업자와 해고자는 산별 노조 활동을 할 수 있으나 기업별 노조 조합원으로는 가입할 수 없다. 개정안은 다만 노조의 임원을 맡을 수는 없고 기업 운영을 고려해 이들이 사업장을 출입하려면 관련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또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을 금지한 규정도 삭제했다.

정부 입법안대로라면 노조는 협상과 투쟁에 능숙한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들여 전임자 역할을 맡길 수 있다. 여기에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 금지규정이 삭제됨에 따라 이들에 대한 임금은 회사가 지급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교원노조법 개정안은 퇴직교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도록 했다. 이는 전국교직원노조의 합법화와 직결되는 문제다.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두고 있는 전교조는 2013년 고용부로부터 법외노조 통보를 받아 현재는 합법노조가 아니다.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은 퇴직공무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한 것은 물론 현행 6급 이하만 가능한 노조 가입범위 제한을 삭제했다.

개정안 내용 중 경영계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은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이 거의 유일하다. 노조법 개정안은 현행 2년 단위로 돼 있는 단협 유효기간을 3년으로 늘리도록 했다.

“노사 갈등 더 커질 것”

경영계는 이들 법안 내용 중 ‘해고자·실직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 허용’을 특히 독소조항으로 꼽는다. 개별 회사의 근로자도 아닌 사람을 임금협상 테이블에 앉도록 함으로써 가뜩이나 대립적인 노사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게 경영계의 우려다. 해고자나 퇴직자 등 해당 기업과 무관한 사람이 노조 내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해고자 복직 등 무리한 이슈를 가중시킬 것이라는 설명이다.

경영계는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 금지규정을 삭제한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향후 논의 과정을 봐야겠지만 해고자 출신 노조 전임자의 월급을 회사가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근로자 수 200~299명 사업장의 경우 2명의 노조 전임자 임금을 회사가 지급한다.

이런 가운데 노동계도 정부 입법안의 폐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노동계의 요구안이 대폭 수용된 정부안이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강행하는 정부…왜?

경영계의 반발과 노동계의 ‘몽니’에도 정부가 관련 입법을 추진하는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 사항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노조 3법 개정안 국회 제출에 이어 내달 초에는 ILO 핵심협약 비준안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로 보낼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노조 3법 개정안과 관련해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법으로 자체적으로도 반드시 필요한 입법일 뿐만 아니라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서도 필요한 입법”이라며 “국회를 충분히 잘 설득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경영계 의견을 수렴하겠다지만 경영계는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입법예고 기간에 제출한 경영계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것은 큰 충격”이라며 “정부안대로 입법되면 가뜩이나 노동계로 기울어진 노사관계 지형이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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