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광화문 직장인의 출근 동선을 바꾼 '펠트커피'

입력 2020-07-02 16:03   수정 2020-07-02 17:19

2년 전. 광화문역을 지나는 직장인들의 아침 출근길 동선이 달라졌다. 하루의 기분을 좌우할 '모닝 커피' 찾는 사람들은 광화문역 수 많은 출구 중 종로D타워로 연결된 통로를 이용한다. 이곳에 무심한 척 자리잡은 펠트 커피에 들르기 위해서다.



펠트커피는 스페셜티 커피 업계의 '미니멀리즘 공간 실험'으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1호점은 2015년 서울 창전동 주택가 피아노학원이 있던 자리에 '은파피아노' 자리. 옛 간판을 그대로 두고 냈다. 2018년 2호점인 종로디타워점, 2019년 3호점인 도산공원점까지 펠트가 가는 곳마다 모두 화제의 공간이 됐다.


펠트커피에는 서로 마주 앉는 의자가 없다. 테이블도 거의 없다. 공간을 채우는 건 커피향과 음향. 카페라기보다는 '쇼룸'에 가깝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몰려든다. 조용히 커피에 집중하면서 옆에 앉은 이와 속닥속닥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 펠트커피를 이끌고 있는 송대웅 대표(사진)를 광화문점에서 만났다.
주택가·오피스·명품거리 '작지만 강한 브랜드'
펠트커피는 스페셜티 커피 로스팅으로 시작했다. 유명 카페를 거쳐 여의도 매드커피를 운영하던 김영현 바리스타, 송대웅 바리스타가 함께 창업했다.

앤트러사이트, M.I커피를 거친 바리스타이자 큐그레이더 정환식이 합류했다. 공장을 짓고, 코스타리카 에티오피아 등 커피 산지에서 직접 공수한 스페셜티 커피 원두로 로스팅을 했다.

2015년 골목길 안 간판도 없이 펠트커피를 열었을 때 커피업계는 술렁였다. 새하얀 페인트로 칠한 벽과 하얀색 에스프레소 기기가 전부인 공간은 이전까지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모습이었다.

송 대표는 "커피 맛에만 집중하는 공간이고 싶었다"고 했다.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열려있는 피아노 학원 간판을 단 이 카페를 두고 동네 사람들은 "몇 년 째 공사 중이냐" 혹은 "문은 연 거냐"는 질문을 쏟아냈다. 하지만 완벽한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몰려들며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펠트커피 원두는 전국 약 300곳의 카페 등에 납품된다. 월 6t 가량을 로스팅한다. 지난해 연매출은 30억원대로 올라섰다.
"비우니까 채워지더라" 마법의 공간 디자인
펠트커피의 3개 매장은 전혀 다른 상권에서 전혀 다른 소비층을 상대로 한다. 1호점은 주택가에, 2호점 광화문은 오피스 상권에, 3호점인 도산공원점은 삼성물산의 패션 브랜드 '준지'의 플래그십 스토어 1층이라는 특수상권에 자리 잡았다.

"펠트커피가 '아주 잘 만들어진 흰색 티셔츠'이면 좋겠어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어떤 옷과 함께 입어도 잘 어울리는 그런 커피요."



펠트커피는 유동인구가 많거나 카페들이 몰리는 상권에는 출점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들이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공간들을 택했다. 마주 앉는 좌석과 테이블을 없앤 공간은 커피를 마시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채웠다. 최근 1~2년 사이 펠트커피의 공간을 벤치마킹한 카페들이 전국에 부쩍 늘었다.

광화문 펠트커피는 대형 오피스 건물에서 사실상 버려졌던 장소를 건물을 상징하는 '얼굴'이자 '로비'로 만들면서 유명 갤러리와 기업들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협업 제의도 끊이지 않는다.



송 대표는 "어디에 가든 기존 공간이나 협업 대상과 잘 어우리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지를 따져본다"며 "옆 배경들과도 전체가 하나로 보이도록 설계하는 게 펠트커피의 철학"이라고 했다.


펠트커피를 이끄는 3인은 요즘 '지속 가능한 카페 만들기'가 가장 고민이다.

매년 직원들의 임금을 5~10%올려주고, 홈카페 시장을 겨냥해 드립백과 캡슐커피 등의 다양한 제품들을 내놓는 것도 이 같은 고민의 결과다.

"좋은 커피, 특별한 카페는 누군가의 일상에 잘 녹아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늘 지나는 자리에 있었는 지도 모르게 익숙해지는 공간, 매일 아침 눈떠서 마셨을 때 편안한 그런 커피요."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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