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약 '숫자의 함정'…50% 추첨이라더니, 실제론 22%

입력 2020-06-24 15:15   수정 2020-06-24 15:19


절반을 추첨으로 투기과열지구에서 중대형 아파트도 결국 가점으로 대부분 당첨자가 결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분양에서 모집인원이 홀수인 경우 가점 추첨으로 당첨자를 우선 선정하기 때문이다. 전체 인원에서 절반이 아니라 각 주택형마다 뽑다보니 나타난 현상이다.

24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서울 동대문구 용두6구역 재개발로 짓는 ‘래미안 엘리니티’에서도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 1순위에서 전용 85㎡ 초과로 나온 가구수는 9가구였지만, 실제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뽑는 인원은 2가구에 불과했다. 추첨으로 50%를 선정한다는 것과 달리 현실적으로는 22%만 추첨으로 당첨자를 선정하게 됐다.

‘래미안 엘리니티'는 1순위에서 이 주택은 379명을 뽑는 2만257명이 신청해 53.4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최고 경쟁률은 101㎡A형에서 나왔다. 1가구를 모집하는데 653명이 신청해 653대 1을 기록했다. 중대형 경쟁률은 모두 수백대 1이었다. △ 89㎡ 516대 1 △101㎡A 653대 1 △101㎡B 432대 1 △109㎡ 119대 1 △121㎡ 186대 1 이었다. 분양가가 모두 9억원 이상이다. 9억원 이상의 아파트는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해 계약금과 중도금은 자납해야 한다. 그럼에도 현금부자들이 신청이 많았던 까닭은 '추첨'이라도 당첨가능성이 있어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5가구를 모집하는 89㎡에서는 3가구는 가점, 2가구는 추첨이었다. 1가구씩을 뽑는 나머지 4개 주택형(101㎡A·101㎡B·109㎡·121㎡) 또한 모두 가점으로 당첨자를 선정한다. 결국 9가구 중에 7가구가 가점으로 당첨자를 뽑는 셈이다. 예비당첨 또한 가점으로 뽑은 차점자에게 기회를 준다.

분양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주택형 별로 공교롭게 1가구씩 나오다보니 대부분 가점으로 배정된 것 같다"며 "중대형에 추첨을 기대하고 통장을 쓰지만, 실제로는 가점으로 뽑게 되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모집 공고시에 원칙(50%는 가점·50%는 추첨)만 써놓지 말고, 실제로 적용되는 내용을 써줄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19로 직접 설명을 듣기 어려운 상황에서 청약자들이 오인해 청약할 수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이와 관련된 의견이 분분하다. 청약을 넣었다는 후기와 함께 당첨 바랬지만, 결국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청약이 되어버린 것이다. 서울에 사는 노모씨는 "서울 집값은 나날이 상승하고 있고 경쟁률과 가점도 오르고 있다"며 "추첨하는 중대형이 얼마 나오지도 않는데 그마저도 당첨이 어렵다니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청약통장 만점(84점)이 나와서 화제가 됐던 흑석리버파크 자이도 마찬가지였다. 전용 85㎡ 초과는 일반분양에서 120㎡ 1가구만 나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무려 1998명이 지원했고, 주택형 중 최고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당첨자는 79점의 가점자였다. 올해초 분양가가 18억원대였던 '개포프레지던스자이'에서도 전용 102㎡A형에는 1명을 모집하는데 283명이 몰렸다. 당첨 가점은 65점이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서울에서 공급하는 새 아파트들은 정비사업을 통해 나오다보니 단지가 중소형 위주고, 가점으로 100% 공급되고 있다"며 "중대형은 물량이 얼마 안되는데다 가점이 우선이다보니 점수가 낮은 젊은층들이 서울에서 집을 마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6·17대책으로 수도권에서도 추첨비율이 줄었기 때문에 젊은층이 청약으로 내집 마련 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며 "전용 85㎡ 미만에서 추첨 비율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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